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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미국의 새해 연두교서와 북미관계 전망
안병진
iss21_abj060203.pdf
정치외교연구센터 / 한반도와 미국
현안진단 21호
정책보고서
코리아연구원
2006/02/03
1. 2006년 연두교서에 나타난 미국의 기본 국정 운영 전략: 중간선거에 올인
2. 북한 문제의 위상 - 이라크, 이란 정세에 북한 변수 종속
3. 오래전에 예고된 강경파의 부상 - 장기적 정권 교체 전략에 종속될 6자회담
4. 북한의 부시 임기 버티기 전략
5. 남한 정부의 부단한 동요 예상
1. 2006년 연두교서에 나타난 미국의 기본 국정 운영 전략: 중간선거에 올인

1월 31일 발표된 부시 대통령의 새해 연두 교서는 올해 다시금 부시의 핵심 전략참모인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여야함을 환기시켜 주었다. 왜냐하면 연두교서의 곳곳에는 그의 그림자가 강하게 드리워 있기 때문이다. 그간 소위 리크게이트에 연루되어 정치적 타격을 받았던 로브는 일부 정치 평론가들이 정치생명의 종언을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들을 비웃기나 하듯이 지난 1월 20일 공화당 전국위원회 총회에서 11월 중간 선거 전략에 대해 연설하며 심지어 연두교서의 방향에 대해서도 미리 분명하게 설명하기도 하였다. 중간 선거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특히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국정운영의 방향이 선거 승리의 전략에 강하게 종속되는 부시 대통령의 스타일로 보아 로브의 시선에 올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간 재선된 대통령의 국정운영 전략을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진 칼 로브가 제공한 올해 국정운영 전략은 크게 보아 한 가지 가치와 두 가지 전략으로 보인다. 한 가지 가치 전략은 낙관주의이다. 그는 레이건 등이 크게 약효를 보고 반면에 카터가 크게 실패한 낙관주의 가치를 전면적으로 부각시키고 반면에 민주당을 패배주의적 세력으로 부각시키고자 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정책 연설의 알맹이는 과거 카터의 에너지 연설을 벤치마킹하면서 기조는 레이건적 낙관주의로 당의정을 씌웠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전반적 기조 하에 추구하는 두 가지 전략의 하나는 로브가 선거 전략에서 가장 중시하는 ‘공세적 차별화’이다. 다른 하나는 유권자들의 당면한 관심사와의 코드 일치이다. 전자의 공세적 차별화란 안보 이슈에서 주도성을 가지고 정치적 균열지점을 규정해 나감을 말한다. 다시 말해 부시는 안보 이슈를 공세적으로 부각시킴으로서, 민주당을 고립주의적이며 불확실한 국제정세를 책임질 수 없는 세력으로 낙인찍고자 하였다. 공세적 차별화 전략에서 중요한 전장은 이번 연두 교서에서 중심적으로 다루어졌듯이 이라크와 이란이다. 부시는 심지어 공화당의 존경받는 중진 머서 의원조차 얼마 전 철군을 주장한 정도로 자신이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연두교서에서 이라크에서의 단계적 철군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단호히 선을 그으며 공세적으로 치고 나왔다. 그는 또한 이란을 “테러리스트를 지원하고 세계에 도전하는 국가”라고 비난하며 쟁점화를 시도하였다. 이라크, 이란이라는 두 가지 이슈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민주당이 하나의 단일한 반대의 대오를 유지하기 어려운 곤혹스러운 이슈라는 사실이다. 이라크 철군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며 이란 문제의 해법을 둘러싸고도 민주당 내에는 고립주의자부터 강경 봉쇄주의자들까지 존재한다. 유력한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의원이 강경한 경제봉쇄정책을 주장할 정도로 이란 문제는 기본적으로 민주당을 공화당의 담론 전장에 끌고 들어와 흔들기에 유리한 안보 이슈이다.

이러한 공세적 차별화 전략과 함께 이번 연두 교서에는 유권자와 코드를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는 세 가지 점에서 드러난다. 하나는 부시가 강박관념처럼 집착해온 ‘도발적이고 대담한 과제’의 톤이 다소 완화된 것에서 드러난다. 국제적으로는 소위 불량정권들에 대해 지나치게 적대적 수사를 구사해온 과거 연두교서 보다 완화된 기조를 보여주었다. 국내문제에서는 그의 야심찬 사회연금 개혁법 이슈에서 그간의 부단한 좌절을 반영하여서인지 초당적 위원회 설치라는 다소 화해적 제스처를 취하였다. 마지막으로 건강보험, 교육, 에너지 등의 이슈들이 유권자들의 당면한 관심사를 반영한, 그가 경멸해온 클린턴식 맞춤형 정책 아젠다들이라는 사실이다.


2. 북한 문제의 위상 - 이라크, 이란 정세에 북한 변수 종속

한국의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연두교서에서 북한에 대한 과도한 적대적 언사가 포함되지 않아 다소 안도감을 표출하고 있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이번 연두교서를 크게 쟁점화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안도감의 배후에는 지나치게 미국의 연두교서에서 차지하는 북한 문제의 위상을 과장하는 한국 지식인들의 오래된 편견이 잠재되어 있다. 일단 부시의 연두교서 자체는 어디까지나 주로 국내정치용이다. 그리고 연두교서의 성격을 떠나서 비록 북한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미국 대외 안보노선에서 중요해졌지만 북한 문제는 여전히 위에서 살펴본 미국의 중간선거 전략과 중동 전략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올해 부시 행정부는 일차적으로 중동 문제에 집중하고 북한 문제는 관리의 수준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철군과 개입 사이에서의 곤혹스러운 처지에 봉착한 이라크 문제는 물론이고, 이란 문제는 멕케인 상원의원이 지적하듯이 “테러와의 전쟁을 제외하고는 냉전의 종언 이후 단일한 최대의 위기”이다(Internatinal Herald Tribune 2006/02/01). 현재 일부 네오콘들은 외과 수술식 공습까지 검토하고 있을 정도로 이 이슈는 엄청난 폭발력을 잠재하고 있다.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중간선거에서 안보 이슈의 쟁점화를 위해 미국이 공습을 할 것이라고까지 예견하고 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나 로브가 이들 네오콘에 동의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사실 이들 정치 평론가들은 위에서 언급한 현 정치 지형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현재 부시와 로브가 원하는 것은 선거를 위한 안보 장사이지 정권의 명운을 건 도박은 아니다. 많은 군사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이란의 분산된 핵 시설은 외과 수술식 공습으로 100 % 제거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시 행정부는 계속 강압의 수위를 높여가며 이란을 압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란 이슈는 데이비드 브룩스가 예견하듯이 2008년 대선까지 이어져 가장 중대한 외교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2006/01/23). 이 지난한 과정에서 미국이 먼저 북한에 대해 새로운 대담한 접근을 전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북한 문제가 부시와 로브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안보 장사라는 큰 전략 구도 하에서 빠질 수 없는 양념과 같은 존재이다. 특히 갈수록 각 의회 지역구에서 기독교 근본주의 정치세력의 힘이 마치 상당한 힘을 가진 반(反) 카스트로 유권자층처럼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나 의원들이 중간 선거를 앞두고 지속적으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레토릭을 구사할 것은 분명하다. 단 이것은 보수적 지지층 결집을 위한 선거 레토릭이지 그 자체가 새로운 실행 계획을 내포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북한의 지속적인 반발을 불러오기에는 충분하다.


3. 오래전에 예고된 강경파의 부상 - 장기적 정권 교체 전략에 종속될 6자회담

앞에서 본인은 미국이 중동에 집중하고 북한을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전체적 국정 운영 방향에서 주목할 인사로 로브가 있다면, 북한 관리에서 주목할 만한 인사는 당연히 체니 부통령이다. 최근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체니는 그간의 스캔들 등으로부터의 타격을 벗어나 다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체니의 강력한 등장과 그가 후원하는 ‘맞춤형 봉쇄정책’의 입안자인 네오콘 출신 조지프 국무부 차관과의 동맹은 올해 내내 온건파인 크리스토퍼 힐이 주도하는 6자회담의 성공을 제약할 것이다.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이었던 리차드 하스는 '포린 어페어' 2005년 7/8월호에서 부시 정권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 전략에 대비되는 ‘정권 진화’(regime evolution) 전략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말하자면 수십 년간 소련을 변화시켜 왔듯이 외교적 방법을 통해 서서히 정권을 바꿔나가자는 것이다. 체니와 조지프가 전자라면 힐은 후자를 대표한다. 이 양자의 대결에서 올해는 체니와 조지프가 우세한 가운데 힐의 6자회담 외교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절충이 부시 행정부의 관리 정책의 내용이 될 것이다. 즉 이는 체니와 조지프처럼 단기적이고 노골적인 정권 붕괴 전략은 아니지만 6자회담 틀을 추구하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정권 교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정권 교체 전략인 셈이다.

이러한 체니 우위의 관리 정책의 전망은 여러 가지 변수에 기인한다. 우선 기본적으로 현재 부시 대통령이 체니나 네오콘처럼 북한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가지면서도 중동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북한 문제를 일정한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려고 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물론 부시는 이전에 카트리나 재난 등으로 궁지에 몰리면서 6자회담에서 타결된 9.19공동성명 합의를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시적 봉합이 그의 인식의 대전환에 근거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획기적 정치 지형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도 봉합 이상으로 나아가기는 대단히 어렵다.

또한 이미 '뉴욕타임즈'가 2005년 2월 14일 폭로한 바 있듯이 오래전부터 조지프 차관이 파놓은 덫이 올해 본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부시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을 강화시킬 것이며 궁극적으로 타협파인 힐에게 불리하다. 바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이나 금융 제재, 인권 문제 제기 등의 ‘다른 수단을 통한 정권 교체 전략’이다.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 것은 이들이 이 세 가지 무기를 구사하는 진정한 목적은 그 실제적 문제 해결 효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이 이슈의 제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각 정체세력들을 보편적 인권, 대량살상무기 수출 금지, 미국 화폐 보호 등 명분을 강하게 지닌 담론의 장에 동맹세력으로 끌어들이고, 북한을 지속적으로 자극하여 흔들어 놓아 정권교체의 계기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의 점진적 전략은 민주당 오바마 의원 등을 초당적으로 끌어들인 인권법 제정 및 서울에서의 인권국제대회 개최, PSI 구상에의 70여 개국 이상 참가 등으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최근 제기된 위폐문제도 단순히 거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이 범죄정권이라는 인식을 더욱 확산시켜 점차 북한의 행위에 있어 불법/합법간 구분의 경계 자체를 무너뜨리고자 할 것이다. 이미 미국의 강경파들은 북한에서 출발하는 모든 컨테이너의 검색 조치(CSI)까지 흘리며 이러한 장기적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국민일보' 2006/01/26). 더구나 미국의 강경한 위폐 문제 처리과정에서 최근 북한이 타협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미국의 네오콘들은 이를 북한의 바람과 달리 북한에 대한 더 강한 공세의 필요성을 확신하는 계기로 사고할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중앙일보' 1월 20일자는 북한의 타협 신호를 “미국 금융 제재의 힘”이라고 극찬하고 있는데 부시 대통령 또한 이번 사태를 보고받으면서 향후 더욱 더 조지프의 다양한 구상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향후 진정으로 위험한 것은 마치 늪에 빠지듯이 이러한 담론 전쟁에서 미국, 한국의 리버럴들이 이들 네오콘들이 쳐놓은 담론의 장으로 한발 한발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정권의 목줄을 죄어오는 네오콘들의 맞춤형 봉쇄에 신경발작적으로 대응하는 북한의 거친 전략은 양 국가의 리버럴들이나 시민들의 피로감을 확산시키고 부단히 소위기를 창출시킬 것이다.


4. 북한의 부시 임기 버티기 전략

북한은 이미 오래전에 맞춤형 봉쇄 전략의 존재에 대해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들은 6자회담과 별개로 부시 행정부가 장기적으로 정권교체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미국 강경파의 논리가 보편적 담론의 힘을 얻어가는 것에 심대한 위기의식을 느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부시 행정부 하에서의 획기적 북미관계 개선에 대해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북한이 가장 선호하는 선택지는 2008년 대선까지 버티기일 것이다. 이번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의 핵심 목적 중 하나가 바로 그것으로 보인다. 김위원장은 방중을 통해 자신의 개혁 의지를 천명하고 이를 통해 미국을 역으로 압박하고자 시도한 것으로 보이며 다른 한편으로 중국과의 유착 심화를 통해 버티기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김정일 위원장의 조치는 과거 쿠바의 카스트로 서기장이 미국의 강력한 봉쇄정책을 획기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시장 개방이라는 충격적 조치를 시도한 것에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스트로 위원장의 야심찬 실험은 96년 헬름즈 버튼 법 같이 카스트로의 정권 교체를 추구한 미국의 끈질긴 방해공작으로 실패하였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체니와 조지프는 자신들의 담론의 보편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봉쇄에 중국을 더 적극적으로 유인하려고 애쓸 것이다. 물론 중국이 이들 구상대로 쉽게 따라오지는 않겠지만, 강경파들은 끈질기게 담론의 정당성을 확산해 나가고 중국과 북한의 유착을 방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북한은 부시 행정부의 기본 전략이 새로운 전면적 돌파보다는 관리라는 점에서 부시 행정부 기간 동안 ‘그럭저럭’ 살아남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김정일 위원장은 이후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민주당의 힐러리 상원의원이 후보가 되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로서는 청신호가 켜지는 것이다. 비록 그녀는 선거 기간에는 유권자들을 의식해서 강경한 레토릭을 부분적으로 구사하겠지만 리버럴한 정치 성향으로 볼 때 임기 중에 획기적 북미수교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힐러리는 앞에서 하스가 말한 세련된 정권교체 전략인 장기적인 ‘정권진화’를 추구할 것이다. 김위원장으로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공화당의 대위기 상황이다. 만약 부시 행정부가 선거 시점에 치명적 위기에 봉착하고 비주류이자 뛰어난 포퓰리스트인 멕케인 상원의원이 공화당의 후보가 되어 당선된다면, 북한에 대해 강경한 그의 성향을 볼 때 북한으로서는 기다린 보람도 없이 향후 4년이 재앙이 될 것이다. 만약 남한의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여 미국의 공화당과 조합을 이룬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 점에서 현재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향후 북미 관계의 큰 분수령은 2008년 대선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5. 남한 정부의 부단한 동요 예상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강경파들에 대해 강경한 톤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한국 정부가 미국의 최근 강경파의 득세를 강하게 우려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동시에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고 있다. 다시 말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에 ‘참관’하는 등 강경파의 맞춤형 봉쇄정책에 지구적 대세라는 핑계로 순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아직도 두 가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하나는 미국 강경파들의 맞춤형 봉쇄정책이 실질적으로 노리고 있는 점에 대한 피상적 이해이다. 이는 정부가 미국 행정부 내 강경파 정치세력들의 철학이나 구체적 전략, 과거의 역사적 행태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지 못함에서 기인한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점진적으로 자신들의 담론의 덫에 정치세력들을 유인하고 이를 통해 북한을 서서히 정권 교체하겠다는 미국 강경파들의 전략에 ‘참관’이라는 변명 하에 한 발을 들이 밀면서 동시에 미국 강경파들을 경고하는 것은 사뭇 모순된다. 다른 하나는 현재 북한이 이러한 맞춤형 봉쇄정책 등에 느끼는 위기감의 정도이다. 이들은 마치 과거 해상 봉쇄정책을 집행한 케네디 대통령 스스로가 봉쇄를 '전쟁 행위'(act of war)로 자인하였듯이 심각한 위기감을 가지고 미국 강경파의 맞춤형 봉쇄전략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강압적 전략에의 일부 순응은 한국 정부의 의도와 달리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한국의 입지를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 강경파들의 담론의 덫에 한 발을 들이민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향후 미국 강경파에 대한 경고와 순응 사이에서 부단히 동요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부시 행정부의 관리 정책과 북한의 부시 임기 버티기 전략 사이에서 남한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최소한 남한 정부가 미국 강경파들의 강압적 전략과 명확히 선을 그으며 북한의 보다 전향적 조치를 설득해내고 동시에 초당적으로 이러한 노선에 강한 토대를 제공하는 데 성공한다면 좀 더 긍정적 국면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향후 대량 살상무기 확산 방지 구상 등의 실행 과정에서 남한 정부의 의도와 달리 우발적 충돌의 위험천만한 가능성마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 한 해는 매우 지혜로운 우리의 대응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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