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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성 ‘맹주’의 반발 파벌 위한 반항인가 지혜로운 저항인가
주장환
정치외교연구센터 / 한반도와 중국
외부기고
기사
시사IN
2008/12/31


광둥성 서기 왕양은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반대하며 “구조조정을 통해 중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왕양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목소리를 높일까.

세계 각국은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에 대처 방안을 모색하느라 안간힘을 다한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사회 안정을 위한 인위적 경기부양을 할 것인지, 아니면 불가피한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심도 깊은 구조조정을 통해 한 발짝 더 나아갈 것인지 심각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은 경기 부양 쪽이다. 2007년 11.9% 성장에서 2008년에는 약 9%로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량실업과 빈부격차 등 사회불안 요소를 무마할 수 있는 최소 성장률인 8%를 지키기 위해 사투에 들어간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지난 11월 이미 전체 GDP의 약 18%에 이르는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고, 12월 초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 조처를 취할 것을 결정했다.

한편 이러한 위기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해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이런 견해를 대중적으로 주창하는 사람은 현 광둥(廣東)성 당위원회 서기이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인 왕양(汪洋)이다. 그는 특히 중앙정부의 수출기업 지원 기조에 반발하며, 오히려 적극적인 구조조정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중국 공산당 내부 파벌 투쟁의 일환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중국 개혁개방의 첨병으로서 기능하던 광둥 지역의 쇠퇴에 대한 자구책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09년 1월까지 광둥성 기업 25% 도산”

2009년 중국 경제 상황을 예측하는 견해는 매우 다양하다. 수출에 의존하는 중국 경제의 특성상 전세계 경기 침체로 2009년 경제성장률이 5%대로 둔화할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견해가 한 극단을 차지한다. 이는 7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11월 수출 실적과 내년 상반기 디플레이션 돌입 우려 등으로 한층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이끄는 두 축인 수출과 내수 중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내수 진작책을 펴 나간다면 8~9% 성장은 무리가 없다는 낙관적 견해도 있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도 이같은 투자와 내수 확대 카드를 뽑아들면서 경기 둔화 폭을 줄이고, 아시아의 경제 맹주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하튼 중국 정부는 10년 전 방식을 한번 더 쓰기로 결정했다. 2008년 12월8일부터 이틀간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우선 “빠른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것을 내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라고 발표했다. 이 목표의 달성을 위해 투자와 내수 확대를 성장 유지의 근본정책으로 삼기로 했다. 또 이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완화 정책, 농민 수입 증대, 경제 구조조정, 개혁개방 심화, 사회안정 유지 등을 내년 경제 운용의 5대 중점 과업으로 채택했다. 주목되는 것은 이번 회의에서 수출 증대를 위해 위안화 환율을 평가절하하는 정책은 채택하지 않기로 한 점이다. 그 이유는 전반적인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해 위안화 평가절하가 수출 증대 내지 유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합리적 수준에서 환율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세계 금융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의 반발을 무마하는 등 이점이 많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대신 감세정책을 대거 도입해 투자와 내수를 확대하겠다고 결정했다. 2009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확정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기업소득세 세율을 일괄적으로 25%를 부과하는데, 중점 육성업종의 기업에 대해서는 이를 인하해 주고, 개인소득세도 면세 기준점을 상향 조정하는 식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한마디로 중국 정부는 적자 재정과 저금리 정책을 시작으로 개인소득세 감소 등의 구체적인 조처를 통해 투자와 내수를 확대함으로써 경기 둔화를 막으려 한다. 수출 기업에 대한 특혜는 선별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수출 감소는 감수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중국 정부의 전체적인 경기 둔화 해법에 대해 지도부 내에서 이견이 포착되고 있어 흥미롭다. 그 선두주자가 바로 현재 가장 심하게 몸살을 앓는 광둥성의 최고 지도자 왕양이다. 광둥성은 선전·주하이(珠海)·산터우(汕頭) 등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이른바 ‘주(珠)강의 기적’을 이뤘지만 올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 한파를 심하게 겪고 있다. 광둥성이 중국 전체 수출액의 28%를 차지하는 수출 핵심 기지이기 때문에 그 피해는 더욱 크다. 이미 7000여 기업이 문을 닫았고, 2009년 1월까지는 성 전체 기업 중 약 25%가 도산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이토록 상황이 절박한데도 왕양이 지난 11월20일 광둥성에서 현재 도산하는 기업은 모두 낙후한 기업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은 불가하며, 이번 위기를 성 전체 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는 점이다. 이는 열흘 전 발표된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중소 수출기업 지원방침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결국 2008년 12월3일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직접 광둥성을 찾아 왕양을 설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화답’으로 광둥성이 발표한 중소기업 지원책 역시 중앙정부의 요구에 적극 부합하는 것은 아니었다. 즉, 총 지금 100억 위안 자금 중 22억 위안만 중소기업 산업 기술 혁신 및 수출 증대를 위해 쓰고, 나머지 85억 위안은 지역 내 생산시설 이전을 희망하는 기업의 시설자금 지원용으로 책정한 것이다.

이에 대한 ‘압박’ 차원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난 12월14~15일 원자바오 국무원 총리가 직접 광둥성을 찾아가 왕양 등 성 간부에게 수출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그러나 왕양은 12월17일 성 간부들과 함께 상하이의 금융과 IT 산업단지를 둘러보면서, 구조조정의 방식과 내용에 대해 탐구함으로써 이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쇠락해가는 광둥성 살리려는 왕양의 고육책

타이완에서 발행되는 중국시보는 이를 두고 “광둥성이 원자바오를 거스르고 있다”라고 평가하면서 중국 지도부 내에서의 파벌 투쟁 조짐으로 해석했다. 즉 왕양 서기는 후진타오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의 선봉대인 공청단(共靑團) 파벌의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그런데 후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은 중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산업 구조조정과 불균형 발전 해소를 중심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왕양 서기가 현실에 적당히 타협하려는 원자바오 총리에게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보면서, 이를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한 미봉책에 불만을 품은 공청단 파벌의 반격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공청단은 이번 경제위기를 기회로 삼아 중국 경제의 질적 수준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그에 따른 손실은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또 여기에는 현재 후계자 경쟁에서 시진핑에게 처진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수석부총리의 입지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선봉에 바로 왕양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왕양은 노동자로 시작해 안후이(安徽)성에서 기층 당 간부와 성 정부에서 두루 경력을 쌓고, 국무원 부 시서장과 충칭(重慶)시 당위원회 서기를 거쳐 2007년에 광둥으로 온, 1955년생의 젊지만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의 출신 배경이 말해주듯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직 자신의 능력만으로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일각에서는 왕양의 최근 행보를 파벌 투쟁보다는 광둥성 자체 이익에 충실하려는 재임 초기 지방 지도자의 모습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기도 한다. 왕양이 공청단 파벌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국무원 부비서장으로서 원자바오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둘 사이가 좋다는 게 근거로 제시된다. 또한 2006년 상하이방의 핵심 인물인 천량위(陣良于) 상하이 시 당위원회 서기이자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 중앙정부의 거시 통제정책에 반발하다 숙청된 사건에서 보듯, 당 중앙의 결정을 거스르는 일이 얼마나 큰 정치적 부담을 가지는지 잘 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전체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그 지위가 과거에 비해 쇠락해가는 광둥성 자체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행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둥성은 2000년대 초반부터 최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을 유치해 중국 경제의 심장으로 자리잡아가는 상하이 등에 대해 경쟁의식을 가져왔다. 따라서 환경오염이 심각한 저부가가치의 저가 제조업 중심의 광둥성 산업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존재해왔다. 왕양을 비롯한 광둥성 간부들은 현재의 경제위기 국면이야말로 노동집약적 제조업체를 자연 도산시키고 대신 하이테크 산업을 유치하기에 가장 적절한 기회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왕양의 최근 상하이 방문,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 중소기업 지원액의 대부분을 공장 이전에 할애한 것 등은 이러한 생각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2009년 경제 운용 기조를 대규모 경기 부양을 통한 투자와 내수의 확대라고 결정했다. 이는 현실적이고 안정감이 돋보이는 정책이지만, 자칫하면 중국 경제의 내실을 위해 불가피한 구조조정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지난 시기 경제성장 모델의 한계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광둥성과 같은 지역에서는 그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다. 내년 중국 경제의 관전 포인트는 중앙정부의 의도가 얼마나 제대로 관철될 것인가와 더불어 중앙정부의 투자 확대 조처로 인해 그 자율성이 더욱 커질 것이 예상되는 각 지방정부의 독자적 활로 모색이 얼마나 효과를 가질지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예견되는 마찰이 어떻게 조정될지에 있다 하겠다.


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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