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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연합' 구상의 역사와 전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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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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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연구센터 / 남북관계와 한반도평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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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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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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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평화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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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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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울어진 분단체제의 대안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에서 ‘남북연합 구상의 역사와 전망’에 관해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이 귀중한 자리에 초청해 주신 주최 측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 심포지엄이 소기의 훌륭한 성과를 거두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하는 것은 오늘에 사는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입니다.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분단을 지탱해온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공고한 평화를 만들어 나가면서 통일에 접근해야 합니다. 통일은 목표인 동시에 과정입니다. 평화와 통일의 과정은 남북이 연합할 때 일관성 있게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남북연합은 '사실상의 통일상황'을 실현하게 될 것입니다. 남북연합 구상의 역사, 남북연합의 필요성에 남북이 합의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남북연합의 과제와 전망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남북연합' 구상의 공론화와 <민족공동체통일방안>
'남북연합' 구상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국제정세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국민들의 민주화와 통일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던 1980년대말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무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관한 한국기독교 선언'(1988.2)이 나오고, 대중적 통일운동과 문익환 목사(1989.4)와 이에 뒤이은 황석영, 임수경, 문규현 신부의 방북(1989.6) 등으로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어 갔습니다. 탈냉전의 새 시대를 맞아 통일방안의 재정립이 요청된 것입니다.
새로 출범한 노태우 정부는 88서울올림픽을 얼마 앞두고 <7.7대통령특별선언>을 통해 공산권에 문호를 개방하는 한편 북한을 평화와 통일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왕래, 교류, 교역을 개시하는 등 북방정책을 추진했습니다. 한편 각 정당, 단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국회 공청회 등을 거쳐 새 통일방안을 마련하게 됩니다.
새 통일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평화민주당은 3단계(1연합 2독립정부-1연방 2지역정부-1국가 1정부)로 된 김대중 총재의 <공화국연합제 통일방안>을 제시하고, 통일민주당도 3단계로(평화체제 구축-민족연합체로 정치 외교 협력강화-1민족 1체제통일) 된 <한민족연합체 통일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한편 여당인 민주정의당은 <체제연합 통일방안>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제안들을 종합 수렴하여 남북연합을 특색으로 하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1989.9)이 마련됩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여야 모두가 통일을 평화적으로 이룩해야 하며, 따라서 통일은 갑자기 일회적으로 이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기간에 걸친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고, 사회 문화 경제 등의 교류협력을 통해 정치 군사 통합도 가능할 수 있다는 기능주의적 접근을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4강의 남북한 교차승인과 남북한 유엔 공동가입을 실현하여 평화공존하면서 통일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리고 명칭은 공화국연합, 민족연합, 체제연합 등 상이하지만 남과 북이 통일의 과정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추진하기 위한 과도적 협력기구로서 남북연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사실입니다.
국민적 합의를 통해 마련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자주, 평화, 민주를 통일의 3원칙으로 제시하고, 통일은 ‘先민족사회 통합, 後국가통일'이라는 방식으로 점진적 단계적으로 이룩해 나가야 하며, '과도적 통일체'인 남북연합을 거쳐 이룩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남북연합을 형성하기 위하여 '민족공동체헌장'을 채택하고,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의 남북정상회의를 비롯하여 남북각료(대표)회의, 분야별 상임위원회, 그리고 양측 국회대표로 구성되는 남북평의회, 공동사무처 등을 운영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한편 통일의 과정을 화해협력단계, 남북연합단계, 그리고 완전통일단계 등 3단계로 제시하게 됩니다. 근 20년 전에 채택된 이 통일방안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통일방안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가연합이란 회원국들이 각기 주권을 보유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약에 의해 창설 운영되는 복수국가 협력체(기구)로 정의됩니다. 그러나 국가연합에는 중앙정부가 없으며, 국제법상의 주체도 아닙니다. 회원국들이 각기 외교․국방권을 보유하고 행사합니다. 한편 북미(1781-87), 독일(1815-66), 유럽연합(1992-) 등의 역사적 사례는 국가연합이 연방제 통일국가로 발전하는 과도적 단계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동의 목표라 함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들이 反외세 독립 쟁취라든가 공동방위라는 정치․군사적 목적, 그리고 경제적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목적 등을 말합니다.
한반도의 경우,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남북이 평화공존하고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 협력하며 통일의 과정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이 남북연합의 공동목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평양의 인식 변화와 <남북기본합의서>
서울이 평양을 평화와 통일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7.7특별선언>과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제시하자 평양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국제정세의 지각변동과 체제위기의식에 크게 영향 받은 것이긴 하지만, 평양은 남북대화에 호응하게 됩니다. 서울과 평양을 오가면서 개최된 남북고위급회담은 마침내 탈냉전의 새로운 남북관계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여 1992년 2월에 발효하게 됩니다.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대외적으로는 각각 주권국가이지만,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것을 인정"하는데 합의하게 됩니다. 그리고 당면과제로 상호인정 존중, 다방면의 교류 협력, 불가침, 군비통제, 정전상태의 평화상태로의 전환 등에 합의합니다.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인정한 <남북기본합의서>는 국제냉전이 종식되면서 소련과 중국이 한국과 수교하게 되고, 남과 북이 유엔에 동시 공동가입하게 되는 상황 속에서 채택된 것입니다. 북측은 <고려연방제통일방안>에 따라 '先연방제통일, 後남북교류협력'을 주장해 왔고, “나라의 분열이 영구 고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남북의 유엔가입을 반대했습니다. 그리고 "만일 통일 이전에 가입하려 한다면 단일의석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반해 남측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둘이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먼저 인정해야 하며, 둘이 화해 협력하고, 국제사회에서도 협력하여 하나로 만들어 나가자'며 '통일 지향적인 특수관계'를 주장한 것입니다.
유엔공동가입 결정으로 평양은 '즉각적인 2체제연방제 통일'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자인하게 됩니다. 체제위기에 직면한 북한은 '과정으로서의 통일'과 '통일 지향적 특수관계로서의 남북관계'를 수용하고, 통일의 과정을 공동으로 관리할 '남북연합'의 필요성도 인식하게 됩니다.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여 김일성 주석은 “잠정적으로 지역자치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며”, “점차적으로 중앙정부의 기능을 높여나가는 방향에서 연방제통일을 완성하는 문제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게 됩니다(1991년 신년사). 이른바 '느슨한 연방제' 또는 '점진적 연방제'를 의미합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이러한 북한의 인식 변화과정을 통해서 채택된 것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남북기본합의서>는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려면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도 병행되어야 하는데, 미국은 대북봉쇄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미북 적대관계가 지속되면서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제기되고, 미국은 팀스피리트 훈련으로 북한을 압박하게 됩니다. 이에 더하여 새로 집권한 김영삼 정부가 ‘핵 가진 자와는 악수할 수 없다’며 핵연계전략을 채택하고, ‘북한은 고장난 비행기와 같아서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며 붕괴임박론에 기초하여 방관정책을 취하면서 '과정으로서의 통일'보다는 비현실적인 '흡수통일'에 기울이게 됩니다.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을 통해 싹트기 시작하던 남북간의 상호신뢰는 유린되고 '남북연합' 개념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남과 북이 남북연합의 필요성에 합의하게 되는 것은 2000년 <6.15공동선언>을 통해서입니다.
'남북연합'의 필요성에 합의한 <6.15공동선언>
냉각된 남북관계는 김대중 정부의 등장으로 해빙기를 맞게 됩니다. 북한에 대한 시각을 붕괴임박론이 아니라 점진적 변화론으로 수정하고, 방관정책이 아니라 화해협력을 지향하는 포용정책을 추진합니다. 북한핵개발 의혹에 대해서는 '先핵문제 해결, 後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핵연계전략이 아니라 양자를 병행 추진하는 병행전략을 채택합니다. 그리고 클린턴 행정부를 설득하여 대증요법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인 한반도냉전구조를 해체하기 위한 포괄적 평화프로세스를 한미공조로 추진합니다. 이렇게 하여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또한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미국도 미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게 됩니다.
남북관계를 개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통일문제에 관해 어느 정도의 공통인식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한 쪽은 적화통일을, 다른 한 쪽은 흡수통일을 기도한다면, 또는 상대방이 그렇게 믿게 된다면, 관계개선이란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분단사상 최초의 정상회담에서는 통일문제부터 논의하게 됩니다.
두 정상은 한반도의 통일은 베트남식 전쟁통일이나 독일식 흡수통일이 아니라 평화적으로 이룩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합니다. 통일은 우리가 꼭 달성해야 할 목표이지만 반드시 평화적으로 이룩해야 하며, 따라서 통일은 갑자기 이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 단계적으로 이룩해 나가는 과정이라는데 합의합니다. ‘통일은 목표인 동시에 과정'으로서 통일에 이르기까지에는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며, 따라서 남북이 왕래하고 교류협력하면서 평화와 공동번영을 통해 통일을 지향해 나가야 한다는데 합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로써 통일을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도 정당하며 지체 없이 통일해야 한다는 통일지상주의와 통일조급증을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고려연방제통일방안>은, 평양의 최고당국자가 말했듯이, 냉전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평화와 통일의 과정을 남과 북이 힘을 합쳐 공동으로 관리해 나가기 위하여 남측은 ‘남북연합'을 제도화할 것을 제의했고, 북측은 이에 동의하지만 그 명칭을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양측은 <6.15 남북공동선언>(제2항)을 통해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합의하게 됩니다. 명칭은 통일되지 못했지만 내용에는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남북연합의 필요성에 합의한 것입니다.
여기서 양측 안의 공통성이라 함은, 남과 북이 각기 상이한 체제와 외교․국방권을 보유한 주권국가임을 인정하면서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를 유지한다. 통일을 과정으로 인식하고 자주와 평화의 원칙에 따라 점진적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 당면해서는 다방면의 교류협력을 통해 상호신뢰를 조성하며,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한다. 남북협력기구를 제도화하여 평화와 통일의 과정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관리해 나간다는 것 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남북연합(낮은 단계의 연방)을 형성하여 공존공영하며 서로 왕래하고 교류 협력하는, 통일된 것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상황'de facto unification부터 실현하여 '완전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한반도 특유의 '코리아 통일모델'에 합의하게 됩니다. 이것은 사실상 북측이 우리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접근해온 것을 의미합니다.
분단사상 처음으로 남북의 정상들이 직접 합의하여 서명한 <6.15공동선언>은 민족의 진로를 밝힌 소중한 합의입니다. 그러나 합의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남북합의가 처음으로 실천에 옮겨지고 반세기의 ‘불신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화해 협력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사실이라 하겠습니다.
<6.15공동선언>을 통하여 '과정으로서의 통일'과 '남북연합'(낮은 단계 연방)을 지향해 나가기로 합의한 남과 북은 우선 반세기에 걸친 고질적인 상호불신을 해소하기 위하여 말보다 실천을 통해 상호신뢰를 다져나가기로 하고, 당장에 이행 가능한 다섯 가지의 중점사업을 선정하여 실천에 옮긴 것입니다. 즉 ①민족의 대동맥인 철도와 도로의 연결, ②남측의 자본과 기술이 북측의 노동력과 결합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개성산업공단의 건설, ③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관광 사업의 확대, ④이산가족의 상봉, ⑤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의 교류 협력 추진 등이 그것입니다.
지난 8년 동안 <6.15공동선언>이 실천에 옮겨지면서 교류 협력이 활성화됩니다. 남북당국 간 대화뿐만 아니라 시민참여의 공간이 활짝 열리게 되어 접촉과 왕래가 빈번해지면서 서로 적대의식이 수그러들고, 긴장이 완화되고, 상호신뢰가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민족공동체의식이 함양되면서 온 겨레가 분단체제를 해체하고 '사실상의 통일상황'을 실현하기 위해 떨쳐나서게 되었습니다. 갈 길은 멀고 험하지만 소중한 출발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통일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통해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 나가게 된 것입니다.
부시 집권 이후 대북적대시정책과 제2차 북핵위기로 말미암아 남북관계가 서다가다를 반복하기도 했습니다만 평화와 통일을 향한 화해와 교류 협력의 물결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되었습니다. 너무 늦어지긴 했지만 2007년 10월초에 개최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선언)이 채택되었습니다. 이 선언을 통해 <6.15공동선언>에 기초하여 남북관계를 확대발전시키기 위한 정치 군사 경제 사회문화 인도주의적 협력 등 여러 분야의 구체적인 협력 사업들을 제시하였습니다.
'남북연합'과 '사실상의 통일상황'의 실현
이제 우리는 <남북기본합의서>와 <6.15공동선언> 그리고 <10.4선언>을 통해 합의한 대로 남과 북이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 존중하고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아니하며, 경제 사회 문화 학술 보건 체육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 협력하며 보다 많은 접촉과 왕래, 이산가족의 상봉과 재결합, 우편과 통신 소통 등을 촉진하여 분단으로 인한 겨레의 고통을 덜어주는 한편 상호신뢰를 튼튼하게 다져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더 나가서는 통일된 것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상황'을 실현해 나가야합니다. '사실상의 통일상황'은 남북연합의 형성을 통해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연합'을 형성하여 남북이 힘을 합쳐 변화와 창조의 과정을 통해 평화와 통일의 길에 가로놓인 어려운 과제들을 일관성 있게 효율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남북연합이 수행해야할 과제로서는 사회 문화 공동체의 실현, 반통일적 법규의 정비와 남북공유의 법규 확대, 경제공동체의 형성 발전으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고 경제통합의 여건 조성, 이와 병행하여 축소 지향적 군사력 균형의 실현,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의 확립, 정치통합의 환경 조성 그리고 통일에 유리한 국제환경 조성 등을 상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연합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연합헌장'(가칭)을 채택함으로써 출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연합 실현을 위한 여건과 환경은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한반도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온 미북 적대관계와 북핵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함께 미국이 북한을 적성국교역법 적용에서 제외하고 테러지원국명단에서 삭제하기 위한 의회 동의절차를 취하는 등 핵문제 해결의 분수령을 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검증을 통한 핵물질 폐기와 함께 관계정상화 과정이 뒤따르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국의 대북관계 정상화 의지 여하에 따라서는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가 촉진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미북관계 개선과정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며, 평화체제를 유지해야할 당사자인 우리는 이를 남북연합 실현의 호기로 포착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8년간 남북간에는 화해와 교류 협력이 꾸준히 진척되어 이제 다시 긴장과 대결의 시대로 역행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북핵문제해결의 진전과 병행하여 남과 북은 경제공동체를 형성 발전시키는 한편 군비통제를 병행 추진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연합 형성이 긴요하게 될 것입니다. 경제공동체 형성과 군비통제 실현은 서로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며 평화와 통일의 과정을 촉진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현재의 남북간 경색국면부터 조속히 해소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두 번에 걸쳐 남북관계개선과 평화 만들기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 한번은 국제냉전 종식의 호기를 포착하여 남과 북이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했던 평화 만들기 노력입니다. 두 번째는 남과 북이 <6.15공동선언>을 채택하여 반세기 불신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화해협력의 새 시대를 연 것입니다. 그러나 미북 적대관계 해소와 북핵문제 해결에 진전 없이는 한반도 평화체제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미북관계 개선이 추진되고, 6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관련 당사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이 기회를 활용하여 세 번째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할 때입니다. 결코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세 번째의 평화 만들기 노력은 남북연합 형성과 '사실상의 통일상황' 실현으로 귀결되어야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남북연합을 실현하려는 남과 북의 정치적 의지와 상호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지도자들의 확고한 비전과 실천의지 그리고 추진력과 함께 온 겨레의 관심과 참여가 요구됩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남북 기득권세력의 반발을 이겨내고, 그 동안 싹트기 시작한 상호신뢰를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며 계속 다져나가면서 남북연합 실현을 위한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할 때입니다. 한반도의 현 정세는 지난 20여년간 평화와 통일운동을 주도해 온 시민사회가 그 동안의 귀중한 경험과 성과를 토대로, 한 차원 높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역할을 수행해야할 때라 할 것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오늘의 이 심포지엄에서 좋은 토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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