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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를 위한 후진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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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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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연구센터 / 국내정치와 민주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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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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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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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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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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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국가비전은 '선진화를 통한 세계일류국가' 건설이다. 여기서 세계일류국가란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정치ㆍ사회적으로 성숙한 '고품격 국가'를 말한다.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경제를 기반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원칙과 상식을 지키며 자신과 다른 사람을 포용할 줄 아는 나라, 이것이 우리가 그리는 이상적인 선진국의 모습이다.
▷ 과거 틀 못 벗은 정책 담당자들
경제, 정치, 사회, 문화, 국제화 등 5대 부문을 토대로 선진화 지수를 국제 비교한 한반도선진화재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선진화 수준은 세계 주요 40개국 중 30위를 차지했는데, 특히 분배, 자유화, 법질서, 다문화 공생사회, 국제참여 등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한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3위의 국가로서 경제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정치ㆍ사회적 성숙도나 국제기여도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6개월을 돌이켜 보면, 구호로는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외치면서도 정책 담당자들의 실제 사고방식은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정책은 오히려 후진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의 개별 귀국을 막고 시청 앞에서 도보 퍼레이드를 하도록 한 것이 가장 가까운 예이지만, 선진국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렵고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에나 했을 법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선 경제정책을 보면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난 물가관리 대책에 이어 부적절한 외환시장 개입과 '친기업'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이 높아지도록 하기보다는, 실제 성장률을 억지로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특히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과 경영권 보호 등 '선물'을 준 데 대한 보답 차원에서, 국내외 경제여건이 좋든 나쁘든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것을 종용하는 것은 심히 우려되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업의 타당성을 제대로 평가하여 투자와 고용을 스스로 결정하는 기업인보다는, 정치권력과의 관계를 절대시하는 정치상인을 양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ㆍ사회 부문에서는 법질서 준수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졸속협상을 항의하는 촛불시위 이후 정부는 마치 법질서 준수가 불법시위 근절과 동등한 것인 양 해석하고 있지만, 법질서 준수는 이보다 훨씬 더 포괄적 개념이다.
사실 법질서와 관련해서는 시위진압 능력도 중요하지만, '법 앞의 평등'이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훨씬 더 중요한 척도이다. 이른바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아니라 대상이 누구든 법을 평등하게 집행하고 부패를 척결하는 것이 선진화의 지름길이다.
또한, 갈등과 불만이 시위의 형태로 표출되기 전에 대의민주주의 틀 안에서 해소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선진국의 모습이다. 갈등과 불만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있다가, 시위가 발생하면 찍어 누르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이제 통용될 수 없다.
▷도덕성 중시ㆍ다양성 포용해야
우리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개발독재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노동집약적 상품의 수출을 바탕으로 동반성장이 어느 정도 가능했던 개발연대와는 달리, 기회의 균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노동ㆍ복지ㆍ조세정책이 필요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재정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도덕성을 중시하고 다양성을 포용하지 않는 한 성숙한 사회를 건설하기도 어렵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기도 어렵다. 무엇보다도 정책의 후진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이룰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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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809/h2008090802354724370.ht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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