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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공외교
이정철
정치외교연구센터 / 한반도와 미국
외부기고
정책보고서
한국일보
2008/02/28
수 년 전 미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다. 한미동맹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각기 다른 방에서 그리고 다른 시각에 이루어진 인터뷰였지만, 두 명의 관료는 동일한 대답을 들려 줬다. 어투는 친밀하고 사적인 듯 했지만, 그들이 인용한 소설의 구절도 동일했고, 그들이 쓴 1인칭 화법도 동일했다.


■ 정부보다 상대 국민 직접 상대

사실 백악관이나 국무부의 관리로 있다 보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을 면담할 수밖에 없을 게다. 오전 이른 시간에 기본적인 업무를 마치고 나면, 관련국에서 오는 다양한 인사들을 면담하는 것이 나머지 주된 업무 중의 하나라고 했다. 필자가 당시 국무부에서 다음 면담 순서를 기다리는 국내의 다른 NGO 관계자를 만난 것도 우연이 아니라 일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관리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오는 다양한 오피니언 리더들에 대해서 해 줘야 하는 기본적인 얘기들이 있게 마련이다. 지위 고하를 떠나서 비슷한 얘기들을 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야만 혼선이 없을 것이다. 모르지만 무슨 교본이나 지침 같은 게 있을 법도 하다.

문제는 우리 쪽이다. 미국 쪽에서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교본에 담긴 얘기들을 한다면 거기에는 외교적 수사도 있을 것이고, 외교적 과장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의도를 감추기 위한 동문서답식 표현도 있게 마련이다. 전문적 외교관의 식견이 없는 아마추어 전문가가 저들의 얘기를 들었을 때, 혼동하기 쉬울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사실 미국의 고위 관리들을 만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미국의 진짜 고관대작을 만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러니 지난 번 특사단이 미국에 가서 부시 대통령을 잠시 만나고 와서 호들갑을 떤 것도 우리 상황에선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뒤집어 보면, 그런 흥분은 미국 관리들이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진의를 파악하는 데 방해가 될 따름이다. 저들이 한국 방문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그리 녹록지 않다면, 우리 역시 이에 걸맞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 국력이 사진 한 번 찍는 행사(photo-op)에 좌우될 정도가 아니라면, 미국 관료들이 친절히 대할 때는 왜 친절한지를, 냉대한다면 왜 냉대하는지를 새겨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의 외교를 변환외교(transformative diplomacy)로 부르고 있다. 미국 외교는 상대국 외교관과의 협상이 아니라 상대국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외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 요지 중의 하나이다.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미국 관리들이 정성을 다한다는 데야 기분 나쁠 이유가 없겠다.

그런데 강대국 외교관이 그만큼 고개를 숙일 때, 고개 뻣뻣하게 들고 거들먹거리는 것처럼 꼴불견은 없다. 허세 한번 부리고 나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구한말 사진들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던 장면이던가?


■ 문제는 결국 우리의 대응방식

뉴욕 필 평양 공연을 듣고 있자니 감회가 새롭다. 미국 국가가 평양 주민들에게 연주되고, 북한 애국가가 세계인들에게 들려진다. 미국의 변환외교가 북한에 대해서도 문호를 여는 순간이다. 이번 행사를 두고 북한이 오히려 세계인을 상대로 공공외교를 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던지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에게 한마디 들려줄 얘기가 있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음악정치를 제창해왔다. 북한 사회에서 음악은 조직적인 군중 동원의 수단이다. 미국 국가가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되는 건 그만큼 의미가 크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공공외교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으니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만한 경계심이 있으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공공외교에나 세련되게 대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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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802/h20080227184256243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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