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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대선, 아까운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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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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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연구센터 / 국내정치와 민주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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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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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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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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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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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기묘한 대선, 아까운 시간
토론다운 토론도 없이 투표 당일까지 BBK 바람에 흔들린 기묘한 대선이 끝났다. 48.7%를 득표한 이명박 후보가 26.1%를 얻은 정동영 후보를 압도한 대선 결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가 분출됐다고 해석한다.
서민들에게 좌절감을 줄 정도로 집값이 뛰고,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나고,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 이들이 지적하는 정책실패의 대표적 사례이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이 옳다면, 노 대통령의 실정을 시정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었어야 앞뒤가 맞는다. 이명박 당선자가 과연 그런 조건을 갖췄는가?
■ 현정부 실정 시정할 당선자인가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부동산 시장은 재건축 대상을 중심으로 들썩이고 있다. 이 당선자의 교육부문 핵심 공약인 ‘자립형 사립고’는 부유층의 교육 선택의 폭을 넓혀 줄 수는 있지만, 서민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지는 않는다. 연간 경제성장률을 7%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도 양극화 해소에 어떻게 도움을 줄 지 알 수가 없다.
후발 개도국의 부상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제조업 부문의 하위 생산직과 관리직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우리나라 하위계층의 실질소득은 1990년대 초 이후 거의 늘어나지 않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8%에 이르렀던 1990년대 중반에도 하위계층의 삶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더구나 그 때처럼 무모한 투자를 통해 성장률을 억지로 끌어올리면, 경제위기를 통해 경험한 바와 같이 그 대가는 주로 서민들이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 결과를 볼 때 또 하나 이상한 점은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조사 결과와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몇 년간의 조사를 보면 자신의 성향이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보다는 ‘개혁’ 또는 ‘진보’라고 말한 사람들이 더 많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투표율이 63.0%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2002년 대선과 비교할 때 특히 서울과 광주ㆍ전남 지역 유권자의 선거 외면 현상이 두드러졌던 반면, 대구ㆍ경북 지역 유권자는 전국 평균을 훨씬 넘는 투표율을 보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의문이 해소된다.
즉 개혁적 유권자들이 보수적 유권자들보다는 투표를 더 많이 포기했고, 투표한 유권자들조차 범여권 후보를 그리 개혁적인 후보로 보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왜 이런 상황이 왔는가?
가장 큰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의 좌충우돌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왼쪽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 후 오히려 ‘내가 운전 잘못한 게 뭐냐’고 역정을 내는 식으로 국정운영을 했다. 잘못된 정책은 고쳐나가면 되지만, 한 번 잃어버린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실용’이 ‘실질’이 아니라 ‘무원칙’이 되면,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없게 된다. 또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과 연정 제안을 하고 사실상 정책 차이를 없애 버렸으면서도 계속 ‘개혁’과 ‘진보’를 외침으로써 개혁ㆍ진보 세력을 와해시키는 데 일조했다.
노 대통령을 포함한 영남 민주화 세력의 영남 패권주의도 한 몫을 했다. 개혁적 성향의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를 부담스러워 하고, 오히려 보수적 성향의 영남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받아 정치적 기반을 다지려고 했던 이들의 구상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 범여권 개혁세력 비겁성에 심판
하지만, 모든 것을 노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 탓으로 돌리기엔 범여권 내 개혁세력의 무력함과 비겁함이 너무 크다.
국민들이 개혁다운 개혁을 해 보라고 총선에서 승리를 안겨줬지만, 노 대통령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때도 이들은 맞서 싸우지 못하고 서서히 같이 망가지는 길을 선택했다. 개혁적 성향의 유권자들이 범여권 후보들을 개혁적이라고 보지 않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흘러간 시간이 아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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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혁 KDI 연구위원
입력시간 : 2007/12/23 17:50:24
수정시간 : 2007/12/23 17:59: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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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712/h2007122317502424370.ht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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