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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선언 의미와 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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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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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연구센터 / 남북관계와 한반도평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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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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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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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브리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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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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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협 수준 높이면 평화유지 힘 더 커진다
[활짝 열린 한반도 평화·번영 시대 ②] 정상선언 의미와 비전
‘말’이 아닌 ‘행동’이 담긴 정상선언…가장 큰 결실 서해서
“결론은 역시 평화와 번영이었다”
남북 정상의 ‘상봉과 회담’은 쉽지 않았다. 처음 예정되었던 일정은 북측의 ‘큰물’ 피해로 연기되었고 회담의 성과에 대한 예상은 낙관과 비관의 극단을 오고갔다.
두 번째 있는 정상들의 회동이니 그 동안 쌓인 숙제를 다 풀고 오라는 지나친 요구도 있었고, 정상회담의 정례화 하나 만이라도 결실을 얻었으면 하는 소박한 기대도 있었다.
노무현대통령의 평양방문에 보여준 북측의 예우와 의전은 그야말로 최고였지만 정작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동 횟수와 시간이 7년 전과 비교되면서 우려석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비록 진담은 아니었겠지만 방북 당일 “점심먹고 짐싸고 가야겠다”는 말이 나온 것은 회담 첫날의 긴장감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큰 이야기는 내일의 비전, 작은 이야기는 오늘의 준비
이 모든 것이 아마도 큰 결실을 얻기 위한 산고였던 모양이다. 남북의 정상이 발표한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은 역사적이라는 수사를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남북관계발전, 한반도평화, 민족공동의 번영 그리고 통일이라는 큰 틀의 이야기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남북화물철도운행,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백두산-서울 직항로개설, 금강산면회소 쌍방대표 상주 및 이산가족상봉 상시화, 11월의 서울 남북총리회담과 평양 남북국방장관회담 그리고 남북정상의 수시 상봉 및 회담 등 구체적이고 세밀한 이야기들과 결합되어 있다.
큰 이야기와 작은 이야기의 결합은 결국 남북이 명분과 실리의 통합을 이루어내었음을 의미한다. 큰 이야기는 내일의 비전이 되고 작은 이야기는 오늘의 준비가 된다.
■ 말에서 행동으로
논어에서 공자는 말이 순리와 이치에 맞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言不順則事不成)고 했다. 남북은 그 동안 많은 말을 나누고 합의를 해왔지만 이루어낸 것이 별로 없다. 냉전체제의 해체가 진행되던 1991년에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와 1992년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을 그 사례로 들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4일 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귀환보고회에서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밝힌 뒤 참석자들과 노래를 부르고 있다.<사진=홍보관리팀 전소향>
남북기본합의서는 그 명칭이나 전문(前文) 및 4개의 장에 걸쳐 합의한 25개의 상세한 조문을 보면 조약의 모습을 하고 있다. 더욱이 국가간에 조약을 체결한 후 그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의정서나 양해각서를 체결하듯이 기본합의서에 따른 부속합의서까지 별도로 체결했다.
국제법에 따르면 그 명칭과 관계없이 조약은 당사자 상호간을 법적으로 구속한다. 남북화해와 남북불가침, 그리고 남북교류협력을 내용으로 하는 남북기본합의서의 법적 이행은 한반도평화체제를 위한 가장 분명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단순한 정치적 이정표로 치부해버렸다.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의 경우에는 핵무기의 시험, 보유 등의 금지,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의 보유금지 뿐만 아니라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의 구성까지 합의했지만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냉전적 사고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당시의 한반도내 정치상황과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강경정책이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남북이 나눈 말과 합의는 시대적 순리를 타지 못한 것이다.
21세기를 맞으며 남북정상은 기념비적인 6·15공동선언에 합의했다. 하지만 세계가 주목한 6·15는 55년의 분단을 넘은 남북정상의 만남에 더 큰 무게가 실렸고 공동선언의 내용은 단문으로 되어 있는 6개 조항에 불과했다.
실천 가능성 충분히 담보돼 있어
다행히 이번 남북정상선언은 6·15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을 재확인하면서 동시에 남북기본합의서의 구체성을 능가하는 매우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남북의 최고 당사자간 회합에서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하여 하나하나 합의했다는 것은 실천의 가능성이 충분히 담보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북핵문제해결과 한반도평화체제구축을 위한 6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미국의 부시대통령은 이미 수차례 한국전 종전선언과 한반도평화조약을 공언한 바 있다. 2007 남북정상선언이 순리를 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말이 행동이 되도록 해야한다.(言之必可行也)
■ 군사적 긴장에서 경제협력으로
남북정상간의 회담이 보도된 후 회담의 의제와 관련하여 논란이 많았다. 특히 서해북방한계선(NLL)문제와 개성공단의 활성화문제는 군사와 경제문제라는 전혀 별개의 시각으로 접근됐다. 사실 NLL과 개성을 보는 남과 북의 시각은 상호교차하고 있었다.
남은 그 동안 NLL을 서해해전으로 상징되는 군사적 대립과 긴장의 시각으로 보고 있었지만 북은 천연자원과 수산물의 수출이 외화획득의 중심이 되는 경제현실에서 생계를 위한 수산자원 확보의 전선으로 보고 있었다. 서로 간에 교집합을 찾기 힘든 팽팽한 두 갈래의 시각이었기에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논의에 회의적인 입장도 있었다.
가장 커다란 결실 서해에서 일궈
하지만 남북정상은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이번 선언에서 가장 커다란 결실을 서해에서 일구어냈다. 남측은 편협한 NLL수역의 영해주장을 넘어서서 ‘통 크게’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제안하였고 북측은 전격적으로 이를 수용했다.
반대로 개성의 경우 북의 입장에서는 육상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평양을 방어하기 위한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의미를 갖지만 남의 입장에서는 남측의 경제 활력을 뒤받침 해줄 산업단지로서 의미를 갖는다. 그 동안 북측은 개성의 개방이 경제적 이익을 주지 못하고 군사적 양보만 해준 모양이어서 불만이었고 남측은 통행, 통신, 통관의 문제가 순조롭지 못해 산업단지로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있어왔다.
그런데 이번 정상선언은 개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물류의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합의를 내놓았다. 문산과 개성간 철도화물수송을 시작하고,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개보수하여 공동으로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군사 안보와 경제적 이익 맞교환
NLL과 개성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남과 북은 서로 군사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맞교환하였다. 남측은 서해상 NLL 유지를 통해 안보상의 우려를 줄일 수 있게 되었고 북은 북한경제의 회생을 위한 산업지대를 확보하게 됐다.
북측은 추가적인 군사적 양보없이 개성공단에 대한 남측의 적극적 투자를 약속받았고 남측은 개성을 통한 대륙연계 물류산업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남과 북이 군사긴장을 포기하고 경제협력을 선택함으로써 소위 윈-윈(win-win) 하는 상생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 경제협력에서 평화통일로
같은 민족도 아닌 유럽의 여러 나라가 하나의 국가를 만들어가고 있다. 바로 유럽연합(EU)이다. 유럽연합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하나의 국가로서 유럽연방(U.S.E)이다. 유럽연합의 구성국들이 하나의 국가를 지향하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의 경험과 불신에 있다.
제2차 세계 대전이후 프랑스와 독일은 전쟁의 재발을 방지하고 상호간에 갈등과 불신을 제거하기 위해 핵심 전략물자인 석탄과 철강을 공동관리하기로 하고 주변국과 함께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구성했다. ECSC는 유럽경제공동체(EEC), 유럽공동체(EC)를 거쳐 현재 유럽연합에 이르렀다.
이렇듯 경제는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들고 이질적인 것을 동질적인 것으로 전환하는 힘이 있다. 유럽연합의 경험은 갈등과 대립의 당사자들이 말로 하는 정치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경제를 통해서 평화를 이루고 통일을 달성해가는 살아있는 증거다.
남북의 정상이 이번 정상선언에서 가장 많이 할애한 합의도 경제공동체적인 남북관계의 형성에 있다. 남북정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서 경제협력사업을 적극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남북 경제협력 수준 높이면 평화 유지 힘 더 커져
그리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주를 중심으로 경제특구건설, 한강하구 공동이용, 안변과 남포에 조선협력단지건설,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설치 등에 대해서 정상간의 선언에 명시했다.
평화에 관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가간 평화를 진작시키는데 있어서 경제적 자유가 민주주의보다 평화에 대한 잠재력이 50배 이상 높다고 한다. 결국 높은 수준의 경제적 자유를 향유하는 국가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과 북이 남북경제공동체를 통하여 상호간에 경제협력의 수준을 높이고 분야의 폭을 넓히게 되면 상호간에 매몰된 이익 때문에 평화를 유지하려는 관성이 힘을 더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그 끝은 남과 북의 주민이 희망하는 아름다운 나라 통일한국이 될 것이다.
10월 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2007 남북정상회담’은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등 한반도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을 위한 디딤돌을 놓았다. <국정브리핑>은 남북 평화번영공동체를 향한 ‘2007 남북정상선언’의 의미와 성과, 앞으로의 비전과 과제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와 대안을 들어보는 ‘활짝 열린 한반도 평화·번영 시대’ 기획을 마련했다.
최철영 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 (corona@daegu.ac.kr) | 등록일 : 2007.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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