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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이 된 386세대
이정철
정치외교연구센터 / 국내정치와 민주주의
외부기고
정책보고서
한국일보
2007/09/27
[아침을 열며] 486이 된 386세대


최근 신정아씨 사건에 또 다시 모 386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386이 거론될 때마다 그랬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 이미지는 부정적 이미지로 점철되어 있다. 386이라는 말은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대학을 다녔고, 당대에 30대 연령대인 세대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 단어의 시작은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았다. 이 세대가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의 주역이었고 참여정부의 등장에 가장 주된 역할을 했다고 주목 받았기 때문이다.


■ 386의 두 가지 의미 구별해야

사실 386과 관련된 담론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세력, 즉 참여정부의 주력 정치세력으로서 폐쇄적 인적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다른 하나는 세대로서의 30대의 특징을 의미한다.

전자, 즉 세력으로서의 386 집단은 정권의 주요 요직이나 의원직을 장악하고 대통령에 대한 핵심 정책집단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소문 아닌 소문 때문에 참여정부의 매우 중요한 정책결정인자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이들은 또래의 야망 있는 젊은이들이자 적당한 정치감각을 지닌 여느 권력 지망생에 다름 아니다. 다만 과거 학생운동 당시의 성공한 조직 활동 경험과 중도 이데올로기로 탈색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참여정부의 산파역을 자처했다는 연대성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그들이 국정 운영의 중심축이 되고자 자처한 마당에 중도 이념을 표방해 온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들의 중도주의가 방법론적으로는 자기 성찰의 결과라기보다는 정치 공학에 가깝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즉 자신들에 대한 비판 세력을 쉽게 좌ㆍ우파의 구태로 규정함으로써 자신들을 중도로 공간 이동시키는 방식은, 희생양을 만들어 반사이득을 보는 ‘쉬운’ 정치의 전형인 인상이다. 이들의 중도가 스토리가 없는 그래서 감동이 없는 내레이션으로 비치는 이유다.

그 전형적인 예가 손학규 불가론이다. 자신들은 대연정이네, 한미 FTA네, 이라크 파병이네 하며 우파와의 연대를 추구하거나 그들의 아젠다를 구매했으며서도, 자신들과 이데올로기적으로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손학규 후보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론을 펴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정략적이다. 시민사회 진영에서 던지는 손학규 불가론과 무게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사실 참여정부와 함께 ‘세력으로서의 386’의 시대는 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본래적 의미의 386, 즉 한국사상 권위에 대한 불복종 정신을 최초로 드러낸 ‘세대로서의 386’이다. 87년 6월 항쟁의 주역이었던 87학번들이 올해로 40대에 접어들었으니 이제 386시대는 가고 486시대가 개막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486 특성은 연령인가 경험인가

그런데 이 486세대의 특성은 40대라는 연령(age)으로 설명이 잘 될까, 아니면 60년대 출생과 80년대 ‘대학’ 생활이라는 출생기적 특수성에 따른 코호트(cohort)로 설명이 더 잘 될까? 출생기적 세대 특성이 지속된다는 코호트 효과를 중심으로 볼 경우 이들의 486화로 한층 성숙된 진보 세대의 출현을 기대해 볼 만하다. 반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보수화가 된다는 연령효과를 중심으로 본다면 486은 386보다 훨씬 보수적인 세대가 될 공산이 크다. 어떤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인가는 아마도 오는 대선에서 판명될 듯하다.

이번 추석에 느낀 것이지만 사과 종류가 많이 생소해졌다. 과거 부사니 국광이니 하는 종들은 이미 다 사라졌고 최근엔 홍로라는 당도 높은 사과종이 시장을 제패했단다. 입에 단 음식이 몸엔 쓰다는데, 길게 건강 생각하기보다는 당장 단 놈을 찾는 건 쉬운 걸 좋아하는 인간의 생리인가보다.

그래도 나는 사과라면 아직도 빛깔 좋고 신맛이 감칠나는 홍옥이 제일이라는 생각을 못 버린다. 낡은 486이라 불릴까 걱정스럽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철 숭실대 정외과 교수

입력시간 : 2007/09/26 17:54:12
수정시간 : 2007/09/26 18:09:43
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709/h20070926175410243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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