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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민족주의, 동북아공동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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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대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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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연구센터/동아시아공동체와 지역통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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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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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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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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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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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기고문 전문
나는 2003년 2월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참여민주주의’, ‘균형발전사회’와 함께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3대 국정목표의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는 참여정부 외교정책의 기조를 이루어 왔다. 역내 국가들 간에 과거의 반목과 대립, 그리고 갈등의 관계를 넘어서 협력과 통합의 새로운 지역 질서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동북아 공동체를 구현해 나가자는 노력인 것이다. 또한 이 정책은 우리에게 생존과 번영을 담보하는 중차대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지난 4년간 나는 동북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다자안보협력에 대한 구상을 제시한 바 있으며, 경제, 사회, 문화 부문에 대한 역내 협력방안들도 모색해온 바 있다. 그러나 아직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 핵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되어 왔다. 그리고 역사 문제를 둘러싼 역내 국가들 간의 불편한 관계도 평화번영정책의 구현에 장애가 되어 왔다.
과거사 전향적 해결 믿었으나 오히려 침략역사 정당화
나는 일본이 스스로의 양식과 합리적 지혜로 과거사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공식적인 의제나 쟁점으로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위안부 관련 강제성 부인 등 과거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하는 일련의 행동을 보여 왔다. 이에 대해 침묵으로만 일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일본의 일부 주요 정치지도자들의 태도에서 역사에 대한 왜곡이 의도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의 미래를 위해서도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내가 일본과의 역사 문제를 빌미로 국내정치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지도자의 덕목은 과거를 직시하여 잘못된 과거를 밝히고 오늘의 교훈으로 삼는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 왜곡은 반목과 불신의 악순환을 가져와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일본이 그간 보여 온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뜻을 그대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그에 상응한 실천이 수반되지 않으면 진정성이 의심받게 마련이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부 지도층 인사들의 공개적인 부인처럼 그간의 반성마저 뒤집는 언행이 어찌 우리 국민의 마음만을 불편하게 했겠는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이 인류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고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한 화해 진실의 토대에서만 가능…그래서 과거사 엄격한 입장 취한 것
나는 일본과의 과거사 정리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엄격한 입장을 취해 왔다. 진정한 화해는 역사적 진실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고, 역사에 대한 인식은 우리 미래, 우리 운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는 역사의 왜곡은 배타적 민족주의와 국수주의를 가져오고 나라와 지역을 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 갈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역사에 대한 바른 이해는 열린 민족주의를 가능케 하고 주변 국가들과 화합과 협력의 공감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EU의 발전과정은 우리 동북아지역의 미래에 많은 시사를 주고 있다. 유럽은 대결과 파멸의 과거 역사를 평화와 번영의 역사로 바꾸어 나가고 있다.
근대 이후 유럽의 역사는 어떤 측면에서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세기까지 수많은 전쟁을 치렀고, 20세기 전반기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경험하였다. 자민족 우월주의와 이기주의가 상호간의 불신과 대립을 낳고 이것이 끊임없는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일찍이 이성적 성찰을 통하여 민주주의를 발명한 사람들답게 전쟁의 역사로부터 새로운 교훈을 얻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과거를 성찰할 줄 알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평화와 공존의 역사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통합의 아버지라 불리는 모네, 유럽석탄철강공동체 창설을 제안한 슈망, 그리고 서유럽의 협력을 통해 유럽통합의 기초를 놓은 아데나워와 드골, 동서유럽의 화해를 이룬 브란트 등이 그런 사람들이다.
유럽 수많은 전쟁치뤘지만 그 역사로부터 'EU' 평화 공존 질서 만들어내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19세기가 유럽의 시대였다면 20세기는 대서양의 시대, 그리고 21세기는 태평양 또는 동북아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실제로 경제적 생산력의 중심이 유럽에서 대서양, 그리고 동북아 지역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동북아의 경제력이 가장 커진다고 해서 세계 문명의 중심이 동북아로 이전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명의 요소에는 경제력, 그 위에 과학기술력, 또 그 위에 공존의 지혜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가 국내적 차원에서의 공존의 지혜라고 한다면 EU는 국제적 차원에서 최고 수준의 공존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평화와 협력을 통해 공존의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는 EU는 여전히 세계 문명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북아의 질서는 아직도 불안정하다. 민족주의, 영토분쟁, 그리고 군비경쟁 등 과거의 망령들이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고도 파괴적인 과거 역사가 재현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 바로 협력과 통합의 제도화를 통해 동북아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당위가 있는 것이다.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경제협력·다자안보협력체제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공동체 만들어야
첫째, 경제적 협력과 통합의 새로운 질서가 구축되어야 한다. 오늘날 동북아의 핵심국가인 한·중·일 3국은 경제적 상호의존이 급속히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어떠한 형태의 역내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하지 못한 제도적 통합의 변방지대로 남아있다. 동북아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첨예한 경쟁관계를 완화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역내 분업질서를 모색하기 위해서도 보다 제도화된 협력과 통합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동북아 국가 간의 시장과 제도의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통화금융, FTA, 에너지, 교통물류, 환경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둘째, 동북아에 다자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나는 냉전시대 불신의 벽을 허물고 유럽통합의 기초를 닦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성공사례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귀중한 교훈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유럽의 안보협력 경험이 동북아에 그대로 적용되기에는 현실적 여건이 같지 않다. 그러나 유럽의 안보협력 경험에서 볼 때,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각국의 공동이해를 기초로 다자안보협력 구축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적 리더십과 실천의지이다. 또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은 상호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동북아의 기존 역내 안보질서 및 여타 안보체제와 상호보완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하나의 고무적 현상이 있다.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타결 노력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2005년 9·19공동성명은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안보협력체제와 연동시키고 있다. 또한 2007년 2·13합의에 의해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워킹그룹’이 이미 가동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북핵문제의 해결 차원을 넘어 동북아의 평화안보체제를 마련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6자회담은 6자 외무장관회담으로 발전될 것이며, 이와 별도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직접 관련 당사국들 간의 협상도 추진될 것이다.
역사인식에 대한 공통의 토대, 미국의 역할 필요
셋째, 동북아공동체 형성에 있어서 미국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한다. 지역 공동체 구성을 위해서는 지리적 근접성 못지않게 그 지역에 대한 실제적 소속감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 대한 전통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강한 소속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동북아 다자협력질서와 구조를 창출하는 과정에 핵심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지역의 안정과 번영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넷째,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인식에 대한 공통의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2차대전 이후 독일의 과거사 청산과 철저한 반성은 유럽역사의 응어리를 풀어 유럽통합의 기초를 다진 바 있다. 그리고 오늘날 구체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독일과 폴란드의 공동역사교재는 새로운 세대에게 올바르고 통합된 역사인식을 가능케 해주고 있다. 이것은 분열된 역사가 통합의 미래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북아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역내 국가들간의 공동역사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유럽의 사례처럼 공동의 역사교육이 이루어지면 특정 국가의 정체성이 아닌 동북아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를 위해 2006년 동북아역사재단을 설립하고 동아시아사를 역사교육과정의 하나로 채택했다. 이러한 공동역사교육은 동북아 정체성 형성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역내 갈등의 근원이 되고 있는 배타적 민족주의를 상호 신뢰와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열린 민족주의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동북아 ‘문명의 중심’ 되려면 EU와 같은 평화공존체제 구축해야
동북아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발전하더라도 EU와 같은 평화공존체제를 구축하지 못하면 ‘문명의 중심’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는 비전을 갖고 이를 지향해야 한다. 동북아 국가들이 이제는 자국만의 이익, 소아(小我)의 울타리를 넘어서 공동 이해에 기초한 새 역사를 일구어 나가야 한다. 유럽이 이미 반세기 전에 공동의 미래를 위한 목표를 세우고 씨앗을 뿌렸듯이, 동북아 국가들도 협력과 통합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갈등을 해소하고 미래 불안 요인을 극복해 나가는 동반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역사는 완결된 구도를 가지고 꾸며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자’고 마음먹고 가는 데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렵고 힘들지만, 많은 사람들이 신념을 가지고 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 평화, 번영, 민주주의, 그리고 공동체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역사의 진보라고 생각한다.
2007. 4.15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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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president.go.kr/cwd/kr/archive/archive_view.php?meta_id=cwd_news&id=cb0ff49c9d601a3baf140c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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