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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등급제 허용 주장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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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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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연구센터 / 인적자원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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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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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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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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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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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환경, 교육여건의 차이도 능력인가
-‘유유상종’으로는 진정한 지도력 키울 수 없어
-한명한명 제대로 키우는 게 저출산고령화 대비
-고교등급제 요구, 차이 때문에 차별하자는 적반하장
-지금보다 더한 특권을 바라는 건 또다른 인종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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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에 있는 우리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늘 담배를 사 가는 가게가 있다. 그 가게 여주인은 베트남에서 시집 온 여자이다. 애가 둘이고 이제 제법 돌아다닐 정도로 컸으니 시집 온지 몇 년 되었을 텐데 아직도 우리말이 서툴다. 그 집 아이가 예뻐서 가끔 안아보며 말을 거는데 아이도 말이 서툴다.
우리나라에 시집온 동남아 여성들이 세월이 많이 지나도 우리말을 못 배우는 주된 이유는 시어머니 때문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시어머니들이 동남아에서 시집온 며느리를 일하는 기계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과 만나고 사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몇 년이 지나도 우리말과 문화를 배울 기회가 없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어머니가 우리말과 문화를 모르면 아이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아이에게 말과 문화를 체득하게 하는 것은 주로 어머니이지 아버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덟 살이 된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상당 부분이 우리말을 못하는 채로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우리말을 못하는 상태이니 학교 공부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데다 다른 아이들에게 왕따까지 당한다. 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이렇게 어려운 조건을 이기고 학업성취에 성공하기란 참으로 하늘의 별 따기일 것이다.
가정환경, 교육여건의 차이도 능력인가
비유적으로 말하면, 달리기 경주를 하는데 다른 농촌 아이들은 100미터 지점에서 출발하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그 보다 뒤쳐진 200미터 지점에서 출발하는 꼴일 것이다. 교육환경이 좋은 서울 강남의 아이들하고 비교하면 100미터 지점과 250미터에서 출발하는 차이가 아닐까?
언론보도를 통해 3불정책 폐지 주장을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게 그 가게 집 아이의 얼굴이었다. 0.1점 차이까지 따져 대학별 본고사 결과로 줄을 세우는 것도 모자라, 고교내신에서 농촌학교에 불리하도록 낮은 등급을 적용한다면 그것이 과연 그 아이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그런 대학입시제도는 공정하기는커녕 결과적으로 내부 인종주의의 정당화 이상일 수 없을 것이다. 그 아이는 250미터 지점에서 출발했으니 아무리 노력을 많이 했더라도 십중팔구 100미터 지점에서 출발한 아이보다 낮은 점수를 얻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학교에서 그 아이를 왕따시켰듯이 사회에서도 그 결과를 두고 머리가 나쁘고 게으르다고 할 것이고, 간혹 그것은 유전자의 문제라고 쑥덕거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혹자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뭐 극히 부분적인 문제를 가지고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건 결코 부분적인 문제가 아니다. 농촌 초등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비율이 이미 10%에 이르고 있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전체 숫자가 1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2006년에 태어난 아이들의 숫자는 44만9027명이다. 1959년에 태어난 아이가 100만6018명인 것에 비하면 저출산의 결과를 실감할 수 있다. 앞으로 10여 년 지나면 학년에 따라서는 전체 학생에서 차지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비율이 5% 정도에 이를 수도 있다.
게다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가정환경과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많은 학생들이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비슷한 경우를 당할 수 있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학교에 다니고 대학 시험을 치를 때는 대부분이 똑같이 못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달리기 경주에서 대체로 같은 100미터 지점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조금 유리한 아이들이라도 1∼2미터 앞에서 출발하는 것이어서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우리사회도 계급 계층이 고착되고 있고, 양극화로 그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는 가정환경이나 교육 여건에 따라 어떤 아이는 100미터 지점에서 출발하고, 어떤 아이는 150미터 지점에서 출발하는 꼴이다.
그 서로 다른 출발지점을 고려하지 않고 골인 지점에 누가 0.001초 먼저 들어왔는가 만을 가지고 따진다면 그것은 환경의 차이를 두뇌의 차이로 바꿔치기 하는 것이고, 이러한 바꿔치기가 2∼3대 계속된다면 두뇌의 차이를 유전자의 차이로 슬쩍 바꿔치기 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것 역시 내부 인종주의와 유사한 것이다.
‘유유상종’으로는 진정한 지도력 키울 수 없어
유수 대학 학생생활연구소의 통계나 설문조사를 보면 신입생들의 압도적 다수가 중류층 이상이다. 대학 본고사를 부활한 데다 고교등급제까지 적용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것은 우리사회 전체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에서 중산층 아파트지역과 그 밖의 소외지역 학교를 왔다 갔다 하며 오래 교사를 한 친구의 이야기는 이러한 점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그 친구의 이야기로는 중산층 아파트 지역 학교의 아이들은 학업성적은 좋지만 생각하는 거나, 취미나, 하고 다니는 거나 너무 똑같아서 답답하고 별로 희망적인 느낌이 안 든다고 했다.
반면 소외지역 학교의 아이들은 학업성취도도 떨어지고 말썽도 많이 일으키지만 다양하고 활력이 있어서 뒤죽박죽이면서도 차라리 희망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 하기는 참 편하지만 자기가 선택할 수 있다면 중산층 아파트 지역의 학교에는 가지 않겠노라고 했다. 대학 본고사를 부활하고 고교등급제를 허용하면 유수 대학들은 서울 중산층 아파트 지역 중고등학교의 모습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과연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문화를 누리며 성장한 아이들만으로 구성된 대학에서 우리사회의 진정한 지도력이 성장해 나올 수 있을까?
그러한 대학구성은 근친교배의 반복을 가져올 뿐이다. 근친교배의 반복이 그 생물종의 멸종을 가져온다는 것은 생물학의 잘 알려진 명제이다. 인간사회라고 해서 이와 다를 리가 없다. 비슷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만 모인 대학에서는 결코 우리사회에 필요한 진정한 지도력이 성장해 나올 수 없다. 대학생활은 최소한의 수준에서라도 우리사회의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을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을 통해 우리사회 전체를 몸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사회의 지도력이 그 속에서 성장해 나올 수 있다. 이러한 필요성 때문에 미국의 대학은 사회적 마이너리티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우대하는 정책을 제도화하고 있다.
한명한명 제대로 키우는 게 저출산고령화 대비
또한, 좋지 않은 환경 때문에 자기 능력이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아이들의 잠재적 능력까지를 발견하고 키워주지 않으면 이미 목전에 와있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헤쳐 나가기 어렵다. 2010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부터 학령인구가 40만대로 내려간다. 1967년 초등학교 입학생이 100만 정도, 지금 막 사회에 진출한 1990년 초등학교 입학생이 81만을 넘었던 데 비하면 우리사회의 노동인구 사이즈 자체가 50% 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
그에 비해 노령인구는 급격히 늘어나 2050년에는 거의 한명의 노동인구가 한명의 노령인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고 한다. 이제 뒤떨어져도 좋은 아이, 소외되어도 좋은 아이, 그 잠재력을 무시해도 좋은 아이는 있을 수가 없다. 잠재력이 있는 인재들을 입시제도의 잘못으로 계속해서 사장시킨다면 그것은 우리사회의 치명적 손실이 될 수 있다.
고교등급제 요구, 차이 때문에 차별하자는 적반하장
정부에서 내신의 비율을 높이고, 고교등급제를 적용하지 말라고 대학에 요청하는 이유는 첫째, 지식기반사회에서는 단순한 지적 능력 외에도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니 시험점수 이외에 다양한 능력을 찾아 평가해 주자는 것이고, 둘째, 시험점수로 나타난 결과만 가지고는 그 학생의 개발되지 못한 잠재 능력을 알 수 없으니, 그 학생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보고 잠재능력을 찾아 평가하자는 것이다.
셋째, 그러한 잠재능력의 평가 비중을 일정정도 높임으로써 시험점수에 의한 학생선발이 어쩔 수 없이 가질 수밖에 없는 실질적 불공정성과 불평등을 완화하자는 것이고, 넷째 학생의 전인적 발달에 대한 책임과 그 결과를 상급학교 진학에 반영할 권한이 중고등학교에 있으니 그 점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고교내신과 고교등급제 금지의 기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고등학교 사이의 학력격차가 분명하니 그 격차를 반영하는 고교등급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은 웬,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린가 싶다. 기초 학습능력은 수능을 통해 평가하고, 학생들이 자기가 선택한 전공에 대해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는가는 대학이 논술이든 면접이든을 통해 평가하고, 내신을 통해서는 단순한 학력보다는 그 학생의 다양한 능력, 잠재력 등을 평가해주자는 건데 웬 학력격차 타령인가?
고교등급제 적용과 평준화의 해제는 한 동전의 양면이다. 고교등급제의 적용은 자연히 평준화의 해제를 가져오고, 거꾸로 평준화의 해제는 자연히 고교등급제의 적용을 가져온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고교등급제의 적용은 전국 고등학교의 서열화를 가져오고, 전국 고등학교의 서열화는 서열의 상위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중학교 단계의 경쟁과 편법의 전면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평준화제도는 여론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고교입시가 부활될 것이다. 고교입시의 부활은 중학교의 서열화와 입시경쟁의 초등학교로의 전면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거꾸로도 마찬가지여서 고교등급제에 대한 요구는 평준화 해제와 관련한 이러저러한 요구로 집요하게 제기되어 왔다.
지금보다 더한 특권을 바라는 건 또다른 인종주의
현재의 특수목적고, 자립형사립고 학생 수가 전체 일반계 고등학생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4%이며, 졸업생 수도 이미 서울대 및 연고대의 입학생 수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언론과 사회에서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특목고, 자사고의 확대를 부르짖는다.
뿐만 아니라 강남 고등학생의 이른바 일류대 진학률이 도 단위의 12배까지 이르고 다른 서울 내 학군의 9배까지 이른다. 특목고, 자사고 학생 수가 전체 학생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보나, 중산층 지역과 소외지역의 일류대 진학 비율 차이로 보나 엄밀한 의미의 평준화는 거의 허구화되었다. 현재 정부가 평준화란 이름으로 가까스로 막고 있는 것은 고등학교 입시의 부활이다. 고등학교 입시가 부활되어 전국의 중학교를 서열화하고 초등학교까지 입시지옥으로 만드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입시제도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굳이 평준화 해제 즉 고교입시 부활을 통한 중고등학교 서열화를 요구하고 있다. 굳이 그러는 이유는 대입에서 고교등급제를 실현함으로써 내신 반영에서 불이익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일부 집단의 그 작은 이익을 위해서 중학교, 초등학교를 다시 입시지옥으로 몰아넣어도 좋은 것일까? 그 작은 이익을 위해서 내부 인종주의도 받아들여야 할까?
낯이 뜨거워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나에게 안겨오는 가게 집 아이의 얼굴을 차마 마주보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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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president.go.kr/publish/php/articleview.php?idx=317§ion=42&diaryDate=2007-04-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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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연구원 (KNSI : 새로운 코리아구상을 위한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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