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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에서 헬싱키 프로세스는 불가능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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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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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연구센터 / 남북관계와 한반도평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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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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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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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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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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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의 협력안보를 논의할 때, 유럽의 경험은 언제나 많은 시사점을 준다. 유럽의 근현대사는 동북아보다 가혹했고, 증오와 분노의 기억들이 더 많다. 그렇지만, 유럽은 1975년 헬싱키 최종의정서를 통해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만들었다. 35개국이 참여한 ‘헬싱키 프로세스’는 오랜 경제통합의 역사와 더불어, EU 출범의 기반이 되었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2004년 미국에서 채택된 ‘북한인권법’을 통해, 현재의 ‘동북아 정치’로 부상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헬싱키 프로세스에 삽입된 ‘인권개선’조항이 동유럽의 민주화와 인권개선의 계기를 제공했고, 결국 동유럽의 붕괴에 따른 냉전의 해체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인권을 앞세우는 도덕외교는 부시행정부 ‘대북 접근’의 기조이기도 하다.
동북아에서 헬싱키 프로세스를 적용해야 한다는 구상은 결국 9.19 공동성명이 워싱턴에서 무력화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9.19 공동성명 채택당시, 미국은 인권문제(혹은 ‘인도적 문제’라는 완화된 표현)를 삽입하고자 했으나, 다른 참여국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인권 조항이 삽입되지 못한 것은 이후 워싱턴에서 ‘9.19’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직접적 계기를 제공했다. 이 문제는 향후 ‘9.19’ 이행합의서 작성의 가장 큰 난관이 될 것이다. 미국의 대북 양자정책의 원칙은 포괄적인 평화 협력의 협상과정과 상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쟁점은 북한 인권문제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헬싱키 프로세스를 잘못 읽고 있다는 점이다. 1975년 헬싱키 최종의정서는 ‘인권 개선’만큼이나 주권존중과 무력사용금지, 내정불간섭, 경제․문화교류의 중요성을 핵심내용으로 포괄하고 있다. 주권과 인권의 관계는 오랫동안 국제정치의 논쟁대상이었지만, 헬싱키 프로세스는 주권존중의 정신아래 ‘대화를 통한 인권개선 노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이 인권문제를 정치적 압력이라고 해석하고 있고, 북한은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유지하고 있었던 종교․노동․시민사회의 활동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경직된 체제이다. 그래서 동북아에서 ‘인권’논의는 유럽보다 어렵다. 나아가 인권개선 노력이 결국 북한의 체제전환을 위한 수단으로 해석되어 진다면, 대화를 통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인권 대화를 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인권이라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개념이 동북아라는 특수한 맥락속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헬싱키 프로세스의 핵심 정신인 주권 존중과 상호 이해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동북아의 ‘평화 만들기’에서 중요한 것은 상호 불신의 장벽 제거다. 인권문제가 새로운 대화의 벽이 되지 않도록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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