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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복지국가 모델, 한나라당 박근혜의원의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
김원섭
사회통합연구센터 / 사회보장
참고자료
정책보고서
참여복지
2011/01/00
지난해 12월 20일 한나라당의 박근혜 의원에 의해 준비된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언론에는 주로 공청회의 정치적 의미만이 부각되었지만, 오랜 동안 입소문으로만 알려진 유력한 대권후보의 복지모델의 실체가 드러난 것도 향후 복지국가 모델에 관한 논쟁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런 점에서 이글에서는 공청회에서 제시된 한국형 복지모델과 그의 제도적 구현방안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이의 정치적 의미도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1. 한국형 복지모델의 주요 내용: 생활보장국가와 복지제도 합리화

공청회에서 발제자들이 제시한 한국형 복지모델의 핵심 목표는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복지체제 구축이라 할 수 있다. 먼저 미래지향적 복지체제의 핵심내용으로는 ‘생활보장국가’가 제시되었다. 생활보장국가는 소득보장 중심의 복지체제보다는 서비스보장 중심의 복지체제를 지향한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의 복지모델은 전통적 복지국가 모델로 구 사회적 위험의 대처에는 적합하지만 신빈곤, 저출산, 양극화 등 새롭게 등장하는 위험에는 대처하지 못한다. 따라서 사회서비스 영역을 확대하여 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가 균형을 이루는 복지제도의 구축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이들은 사회서비스의 영역과 포괄범위를 확대하여 사회서비스를 ‘전국민’의 ‘전생활주기’를 포괄하는 1차 사회안전망으로 구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둘째 목표인 복지제도의 합리화는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의 일차적 목표로서 제도간의 연계성과 통합성을 강화하여 사회보장제도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증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사회보장위원회를 통한 장기발전계획의 수립, 부처 간 조정구조의 제도화, 통계시스템과 평가시스템 구축 등의 제도적 개선을 제안하고 있다.

이상에서 보듯이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에서 제안된 내용은 아래의 점에서 복지국가의 발전에 전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국가개입의 방식을 규제적 방식에서 관리적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사회보장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둘째, 이 모델은 사회복지제도의 확대와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사회보장의 영역이 질병, 장애, 노령, 실업, 사망 등의 구 사회적 위험뿐 아니라 출산과 양육과 같은 신 사회적 위험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이 모델은 최저선 보장이 아니라 사회참여와 자아실현을 사회보장의 목표로 명확히 함으로써 급여와 서비스 수준의 상향을 지향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이 모델은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에 대한 헌법적 권리를 재확인함과 동시에, 사회서비스를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확대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복지권의 강화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모델은 소득보장 중심의 현제도를 서비스중심의 사회투자적인 제도로 개조하고, 비체계적이고 무계획적인 복지체계를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복지제도로 개조할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한국형 복지국가의 한계

복지제도 발전에 전향적인 많은 시도들에도 불구하고 금번에 제시된 한국형 복지국가는 몇 가지 중요한 한계점들을 가지고 있다. 이는 주로 사회서비스 편향적 시각과 제도통합성을 위한 조치의 충분성에 관한 것이다.

사회복지제도의 효율성 강화는 사실상 이번 법률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고 가장 많은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개정 내용들이 복지제도 관리시스템의 개선과 관련해서 그간 지적되어온 것을 총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개정안에서 포함된 사회보장위원회와 복지부의 조정역할 강화나 복지정책의 평가, 정보, 모니터링 체제의 강화는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는 다소 부족하다고 하겠다. 이보다는 사회보험통합이나 공공서비스청의 설치와 같이 소득보장과 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관리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조치들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럴 때 사회보장에 대한 국가개입이 규제 중심에서 관리 중심으로 전환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한계점은 생활보장국가에서 발견된다. 발제자들은 한국사회가 서구 사회와 마찬가지로 전통적 사회적 위험은 어느 정도 극복되고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직면하였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사회문제는 구사회문제와 신사회문제가 중첩되어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육아문제와 같은 신사회적 위험 뿐 아니라 노동자의 전통적인 위험들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 이상으로 매우 높고, 절대빈곤과 상대빈곤의 하락도 1990년 이후 정체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 방안은 비정규직문제의 해결에는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현재 빈곤과 양극화뿐 아니라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고용불안에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비정규직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문제들은 사회서비스를 확대한다고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전체 사회복지지출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득보장부분의 근본적인 개혁이 여전히 복지개혁의 핵심적인 과제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4대 보험을 중심으로 하는 소득보장제도는 법적, 제도적으로는 정착되었지만, 영세 자영업의 비중이 여전히 높고 비정규 노동자가 급증하는 현재의 고용구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이는 다수의 국민들이 사회보장의 혜택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 복지국가의 구축을 위해서는 사회보험제도의 구조적인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금번 제시된 복지모델에서는 사회보험의 개혁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한된 재정상황을 타개할 획기적인 대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사회서비스의 확대를 위해 그나마 부실한 소득보장체계를 축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생기게 된다. 이런 경우 한국 복지제도의 사회문제 해결능력은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


3. 정치적 의의와 향후 전망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금번 박근혜 의원의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은 향후 복지모델에 관한 정치적 논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가장 중요한 의미는 보수정당의 유력한 정치가가 복지정책을 중심으로 자신의 대권행보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향후 정치영역에서 복지는 매우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게 되고 이는 소위 진보적인 정당들도 자신들의 복지구상을 치밀히 준비할 수밖에 없게 할 것이다. 연평도 포격사건이 전체 정치계를 강타한 와중에, 그리고 한나라당의 다수는 복지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내지는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행보의 의미는 폄하될 수 없다.

혹자는 이 모델에서 구체적인 재정계획이 없다는 점을 들어 모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만, 그 진지했던 참여정부를 포함한 세계 어느 복지국가도 복지확대를 시도하면서 재정계획을 복지확대와 똑같은 비중으로 첨부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이러한 비판이 별로 타당하지 않음을 인정할 것이다. 비난회피전략은 복지제도의 삭감개혁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복지확대기에도 비용부담의 측면에서는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다음으로 생활보장국가가 사실상 노무현 정부 하에서 복지정책의 핵심 방향으로 정착한 사회투자전략의 다른 이름이라는 점이다. 보수당 한나라당의 유력한 정치그룹이 제출한 한국형 복지모델에는 한국 보수주의의 복지국가 비전보다는 그들이 좌파라고 매도한 이전 정권의 유산이 축소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독창성의 결여는 여러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지만, 정치논쟁에서는 두 가지 측면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후보 중의 하나가 복지에 관해서는 상대 정치세력인 민주당의 정책을 수용할 정도로 폭넓은 정치지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둘째, 오랫동안 복지이슈를 주도해 왔던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독자적인 정책모델의 제시 없이는 자신의 주요한 정책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복지국가 저발전의 요인으로 많은 것들이 지적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는 유럽의 복지국가를 가능하게 했던 복지국가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부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번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의 복지국가 선언이 한국에 복지국가 논쟁의 질적 전환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즉 이제는 더 이상 복지와 반복지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국가 건설에 대한 정치적 합의 하에서 어떤 복지국가를 건설할 것인가를 경쟁하는 논쟁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글은 참여복지 2011년 1월호에 실린 내용을 부분적으로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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