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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되는 남북관계, 이명박 정부의 선택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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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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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연구센터 / 남북관계와 한반도평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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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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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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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경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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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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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경향』872호
악화되는 남북관계, 이명박 정부의 선택은?
서보혁(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교수)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에 들어서고 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내 우리 정부 및 기업의 자산을 ‘동결’시키고 개성공단사업의 전면 재검토 가능성도 밝혔다. 여기에 천안함 침몰 사태에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걸려있다. 사실 이명박 정부가 등장하면서 남북관계 경색은 예고되었다. 전임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새 정부의 과욕이 대북정책의 연속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은 이달 8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성명을 발표해 금강산 관광지구내 남한 정부 및 기업 소유의 자산을 동결한다고 선포하였다. 이어 13일 금강산면회소와 소방대,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 등 5개 건물에 ‘동결’ 스티커를 붙였다. 올해 들어서 북한은 남북관계 악화를 계획해온 것으로 보인다. 2월 들어 이명박 대통령 취임 2주년에 즈음해 다시 이 대통령 비난에 나섰다. 3월 4일에는 아태평화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 금강산, 개성 관광과 관련한 모든 합의와 계약의 파기, 관광지구내 남측 부동산 동결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8일에는 다시 아태평화위원회가 통일부와 현대아산에 통지문을 보내 부동산 조사 실시와 자산몰수 가능성을 언급하였다. 25일부터 실제로 조사가 있었고 이후 일련의 상황이 일어났다.
금강산 관광 중단의 계기가 된 것은 2008년 7월 고 박왕자씨 피격사건이었다. 그 후 우리 정부는 진상 규명, 재발방지 대책, 신변안전보장 조치 마련을 관광 재개의 선결 과제로 제시해왔다. 이에 대해 북한은 작년 8월 17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특별조치에 따라 관광에 필요한 모든 편의와 안전 보장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관광 재개 분위기가 마련되었다고 판단하였다. 현-김 면담 이후 북한은 당시 합의한 군사분계선 육로통행 제한 조치 철회와 이산가족 상봉에 나섰다. 8월에는 고 김대중 대통령 국장에 특사 조문단이 내려왔고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였다. 연말에는 해외공단 남북 공동 시찰도 있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은 재개되지 않았다.
북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가늠하는 척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남이 금강산 재개에 적극 나서지 않다고 판단한 북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이행은커녕 기존의 남북협력사업마저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북한의 급변사태 대비와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위한 한미합동군사훈련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비난을 지켜보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급기야 2월 8일에는 인민보안성·국가보위부 명의로 “전면적인 강력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나섰다. 이로써 작년 8월 이후 나타난 북의 대남 ‘평화공세’는 끝나고 남북관계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만약 북의 이런 상황악화 조치가 핵보유 능력을 활용해 한반도 질서를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 등 강대국과 논의하려는 것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같은 북의 의도적인 남북 갈등상황 연출에 이명박 정부가 일부 명분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 남한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의 조건을 제시했지만 그와 별도로 관광 재개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는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지난 2월 8일 개성에서 열린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실무회담이 결렬되자 북측은 후속 접촉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남측은 거부하였다. 4월 8일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내 남한의 부동산 동결 발표를 하자 다음날 남한정부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하면서 “회담을 제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4월 13일 북이 ‘동결’ 조치를 취했을 때도 통일부 관계자들은 기왕에 사용하지 않는 시설들이라며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사실 이명박 정부는 금강산, 개성 관광 비용(현금)이 김정일 정권의 통치자금이나 핵개발에 쓰일 우려가 있다고 보고 북한과의 관광사업 자체에 회의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개성공단사업을 경제원리에 따라 대하고, 북핵문제와 북한인권문제를 국제공조와 보편주의에 입각해 접근하고, ‘비핵 개방 3000’ 구상에서 보듯이 북한을 계도하거나 굴복시키려는 자세를 취할 때 남북관계의 후퇴는 기정사실로 예상되었다.
물론 북한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근본적 불신과 이명박 정부 하에서의 남북관계 발전가능성에 대한 깊은 회의가 일련의 상황 악화 조치를 가져온 일차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북이 금강산 관광지구내 현대아산 소유 부동산을 동결하는 등 민간 기업의 재산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조치를 취하고 그에 대해 남이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경우 남북관계는 전면 중단의 길로 접어든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럴 경우 북은 개성공단지구 폐쇄 및 지구내 남한 인원 억류, 휴전선 일대에서의 총격전, 미사일 발사 훈련 등을 감행하며 이명박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할 것이다.
천안함 사태의 불똥이 남북관계에 튈지도 모른다. 만약 천안함 사태가 북의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남북관계의 전면 중단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물증이 없거나 북이 부인하는 가운데 심증으로만 북의 소행으로 몰고 간다면 남북관계는 남과 북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물론 북이 개입한 물증이 있다면 정부는 단호한 대처 의지를 밝히고 남한 단독, 국제사회와의 공조 하에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나서야 하겠지만, 전쟁은 아니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의 진상 규명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일단은 그것과 남북관계를 분리하여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의 의도적인 남북관계 악화 조치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첫째, 물리적 충돌까지 몰고 갈 수 있는 북의 행동에 대해 단호한 대처 의지를 밝혀 상황 악화의 한계선을 제시하고, 둘째는 개성공단사업을 남북관계의 마지막 보루로 인식하고 유지 발전시켜 나갈 의지를 밝히는 것이다. 또 정부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남북관계와 무관하지 않음을 직시하고 상황 악화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솔직히 이명박 정부 하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단지, 국민의 안녕과 기업의 이익, 나아가 민족의 생존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대처해주길 바랄 뿐이다. 급변사태는 북이 아니라 남북관계에서 먼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민들과 세계는 이명박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을 주시하고 있다.
* 이 글은 주간『위클리경향』872호에 실린 것으로 원고는 2010년 4월 16일 작성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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