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을 또 다시 투기 사모펀드에 팔아넘겨서는 안 된다. 우리는 론스타나 상하이차 사례 등을 통해 알짜배기 기업을 투기 사모펀드에 팔아넘겼을 때 얼마나 큰 손실과 고통과 무력감이 뒤따르는가를 이미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그런데 또다시 대우건설이 투기 사모펀드에 넘어갈지도 모르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대우건설의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된 자베스 파트너스와 티알 아메리카 컨소시엄은 사모펀드가 주축이 되어 구성되었다. 이들은 그 성격상 장기적인 경영 전망을 보고 대우건설을 인수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기 시세차익이 이들의 인수 목적이다. 따라서 인수 뒤에 필연적으로 '헐값매각' 논란, '먹튀'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상하이차 사례에서 보듯 기술 유출 논란도 생길 수 있다. 이러한 투기성 사모펀드의 대우건설 인수는 국민경제의 장기적인 발전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주 채권 은행이자 국책은행으로서 대우건설 인수에 책임을 져야할 산업은행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산업은행은 24일 대우건설 매각주간사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발을 빼겠다는 것으로 국책은행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아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이들 사모펀드에 인수자금을 대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매각주간사를 포기한 것도 인수자금을 대주려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곧, 매각주간사이면서 인수자에게 자금을 대주는 것은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회피하기 위해 매각주간사를 사퇴했다는 것이다. 이는 국책은행이 ‘먹튀’를 도와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산업은행은 도박판에 판돈을 대주겠다는 것인가. 사모펀드에 대한 산업은행의 어떠한 자금지원도 우리는 반대한다.
산업은행은 국민경제의 바람직한 발전전망 속에서 대우건설이 처리되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투기성 사모펀드를 지원하려는 산업은행의 행태는 용서받을 수 없다. 산업은행은 무엇이 국민경제를 위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