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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의 통일철학과 햇볕정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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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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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연구센터 / 남북관계와 한반도평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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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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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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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평화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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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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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통일철학의 형성과정
■ 김대중 통일철학의 핵심
■ 햇볕정책 ; 화해․협력으로 평화와 통일 만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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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의 통일철학과 햇볕정책에 관하여 말씀드리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다행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먼저 저와 김대중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 잠깐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1990년대초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로 북한측과 여러번 협상도 하고 <남북기본합의서>를 생산하는 등 통일 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있었습니다만 김대중 선생님과는 아무런 인연도 없었고, 함께 일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군인으로서, 외교관으로서 그리고 공직자로서 40여년을 근무해 온 제가 저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오신 그 분과 어떻게 결합하게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섭리’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15년 전 첫 만남에서 저는 그의 확고한 통일철학과 원대한 비전, 그리고 모든 문제가 논리 정연함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또한 그의 민족문제와 남북관계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판단 그리고 명쾌한 해결책에 탄복했습니다. 그는 원칙과 철학에 충실하면서도 이상과 현실을 잘 조화시키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날 저는 그가 지난 날 다섯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6년 감옥생활, 10년 연금 및 망명생활을 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신념을 굳건히 지키며 ‘행동하는 양심’으로 헌신해 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난 날 그의 능력과 인기를 두려워한 집권자들이 그가 평화통일을 말하면 빨갱이, 민주화를 외치면 과격분자, 정치하겠다면 거짓말쟁이로 몰았다는 사실을 회상하며, 저도 속아 살았던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져 버리면서 저는 성심껏 모시고 연구 활동을 돕기로 하였습니다. 아태평화재단에서 3년간 그를 도와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과 ‘대북정책’을 마련하는 일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재직 5년간에는 계속 통일 외교 안보 분야에서 그를 보좌하며 햇볕정책의 전도사로서, 그리고 피스메이커로서의 소명을 다한 것을 더없는 큰 보람이요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퇴직 후에도 서거하실 때까지 김대중평화센터 이사로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계속 그를 보좌할 수 있었던 것을 큰 특전으로 생각합니다.
분단역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도착하신(2000.6.13) 김대중 대통령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 인사말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무서움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평양에 오셨습니다. 전방에서는 군인들이 총부리를 맞대고 방아쇠만 당기면 총알이 나갈 판인데, 대통령께서는 인민군 명예의장대의 사열도 받으셨습니다. 이건 보통 모순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김 대통령께서는 위험한 모험을 단행한 것입니다.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 민족이 겪어온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적대관계에 있는 상대방의 심장부에 찾아가시는 모험을 단행한 것입니다.
천년 이상 오랜 역사를 통해 한 국가 한 민족공동체로 살아온 민족이, 외세에 의해 강요된 분단을 반세기동안이나 지속하는 모순, 우리를 냉전으로 몰아넣었던 나라들이 냉전을 끝내고 서로 화해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민족만이 아직도 불신과 대결의 냉전을 지속하는 모순, 이런 모순들을 해결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신 것입니다. 그리하여 정상회담을 통해 민족의 앞길을 밝히는 <6.15남북공동선언>을 채택하고, 불신과 대결의 반세기를 넘어 화해 협력의 새 시대를 개척한 것입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 업적을 높이 평가하여 김대중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이 수여되었습니다. 노벨상위원회는 김대중 대통령이 “수 십년 동안 권위주의 독재체제를 반대하여 투쟁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기울인 노력”과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화해 협력을 통해 마지막 냉전의 잔재를 녹이는 평화를 위한 노력”을 인정하여 노벨평화상을 수여했습니다.
■ 김대중 통일철학의 형성과정
김대중의 통일철학은,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냉전을 끝내고 평화를 만들어야 하며, 남북이 서로 인정하고 공존하며 화해 협력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평화주의 사상에 기초하여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킨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통일철학은 1960년대 이래 30여년간 역사적 상황변화에 적응 변모해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 발전하여 1995년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으로 완성됩니다. 그리고 집권 후 햇볕정책으로 실천 노력을 경주하면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측을 설득하여 통일문제에 대한 남북 간의 접점接點을 마련하고. 화해 협력의 새 시대를 개막함으로써 절정에 이르게 됩니다.
젊은 정치인 김대중은 남북이 서로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힘으로 상대방을 해방 내지 수복하기 위해 적화통일과 승공통일을 주장하던 시기에 이미 ‘남북한 교차승인’의 필요성, ‘4대국 안전보장론’ 등을 제의하면서 평화통일을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초에는 남북 간에 '평화적 공존, 평화적 교류, 평화적 통일'을 주장하는 평화통일론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역설하는 것으로서 냉전적 반공논리가 지배하던 당시 상황에서는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습니다. 정적들은 그의 사상이 이상하다며 빨갱이로 몰았습니다. 그러나 미래지향적인 혜안을 가진 그는 동‧서진영 간의 데탕트(화해), 중국의 유엔가입 등 국제정세의 변화를 꿰뚫어 보면서 우리민족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것입니다.
1980년대말 국제냉전체제가 흔들리고 국내에서는 6월민주항쟁으로 국민들의 민주화와 통일의 열기가 고조되는 상황을 배경으로 그는 상징적 연방(연합을 의미함)- 연방-완전통일의 3단계 과정을 특색으로 하는 <공화국연방제 통일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평화적 통일은 갑자기 이룩될 수 없으며 점진적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4강의 남북한 교차승인과 남북한의 유엔공동가입을 통해 평화공존하면서 남북연합단계를 거쳐서 통일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입니다.
이 통일방안은 통일을 ‘先민족사회 통합, 後국가통일'이라는 방식으로 점진적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과도적 통일체인 '남북연합'을 거쳐 이룩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 우리 정부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1989년)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1990년대초 공산권의 붕괴, 독일의 통일, 냉전종식,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을 목격하면서 국제정세의 지각변동이라는 새로운 정세에 부응하여 마침내 1995년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으로 그의 통일론이 완성됩니다. 연합-연방-완전통일단계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통일 이전의 남북연합단계에서 남북이 수행해야할 과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을 특색으로 한 것입니다. 사회 문화 경제 등 다방면의 교류협력을 통해 정치 군사 통합도 가능할 수 있다는 기능주의적 접근을 제시한 것입니다. 여기서 제시한 내용은 집권 후 대북정책의 기초를 제공하게 됩니다.
■ 김대중 통일철학의 핵심
통일의 당위성과 방법에 관해 김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1300년 동안 통일을 유지한 민족입니다. 외세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분단된 지 60년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원한 것도 아니고 승낙한 바도 아닙니다. 어찌해서 이러한 부당한 분단을 우리 민족의 영원한 운명으로서 받 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우리 민족은 반드시 통일을 이룩할 것을 확신합니다."
"우리는 평화적으로 같이 살면서 교류 협력하다, 서로가 안심할 수 있을 때 평화적으로 통일할 것입니다. 그 통일은 남북한 공동승리의, 윈윈의 통일이 될 것입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 기조연설. 2006.6.16. 광주)
여기서는 2000년 6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하고 토론을 거쳐 통일문제의 접점을 만들어 낸 내용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면서 김대중의 통일철학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견해의 일치를 보았습니다.
첫째,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으로 이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족의 공멸을 초래하게 될 무력통일이나 상대방을 굴복시켜야 하는 흡수통일은 우리의 통일방식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통일방식은 평화를 만들어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화주의에 기초한 것입니다.
둘째, 평화적인 통일은 갑자기 이룩될 수는 없으며, 점진적 단계적으로 이룩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통일은 목표인 동시에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일찍이 3단계 통일론을 주장한바 있습니다.
우선 남과 북이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화해 협력하며, 통일은 되지 않았지만 통일된 것과 비슷한 상황 즉, 남북이 서로 오고 가고 돕고 나누는 “사실상의 통일상황”부터 실현하고 '법적인 완전통일'을 지향하자는 것입니다.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조속히 통일부터 해야 한다는 통일지상주의와 통일조급증을 배격한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완전통일은 남북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잘하면 10-20년내에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데 대해 김정일 위원장은 40-50년이 걸릴 지도 모른다며, 과정으로서의 통일과 평화공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기억납니다.
셋째, 평화와 통일의 긴 과정을 남과 북이 공동으로 관리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협력기구인 '남북연합'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지도자도 '남북연합'의 필요성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다만 북한은 그 명칭을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호칭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6.15 남북공동선언>(제2항)을 통해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 나가기로 한다"고 합의하게 됩니다.
여기서 연합제와 연방제에 관해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반북 보수세력이 <6.15공동선언>은 북측의 연방제 주장을 수용한 것이라고 색깔론을 제기하며 폐기를 주장합니다만 이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오해이거나 아니면 고의적인 사실 왜곡입니다. 남측이 북측의 종전의 2체제 연방제안을 수용한 것이 아니라 북측이 우리의 연합제안을 수용한 것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체제를 달리하는 남과 북이 즉각 연방제로 통일부터 하자는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은 냉전시대의 산물이며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연방제가 되려면 외교와 군사권을 통합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떻게 군대를 통합할 수 있겠느냐며, 체제를 달리하는 남과 북이 협력하며 평화공존하자는 남측의 연합제가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고 인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남측의 '연합제'와 같은 것이라며 남측의 연합제안을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피스메이커 p.102-105 참조) 다시 말하면, 1980년 이래 주장해온 비현실적인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은 사실상 이미 폐기된 것이며, 내용면에서 남측의 연합제와 유사한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북측의 통일방안이라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추가할 것은, 김대중의 3단계통일론(연합-연방-완전통일)에서 연방단계를 설정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일부 인사들이 북한의 고려연방제를 수용한 것이라고 비난해 왔는데 이 역시 오해 내지 왜곡에 기인한 것입니다. 김대중은 완전통일(제3단계)이란 중앙집권제 국가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그 이전에 북한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전환한 후 남북이 1체제하에서 통일하면 상당기간 북한지역을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 연방제(제2단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것은 미국이나 독일, 스위스, 러시아 등 많은 나라와 같은 1체제 연방제를 말하는 것이지 북한이 주장한 2체제 연방제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국가연합이란 회원국들이 각기 주권을 보유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약에 의해 창설 운영되는 복수국가 협력체로 정의됩니다. 통상 국가연합에는 중앙정부가 없으며, 국제법상의 주체도 아닙니다. 회원국들이 각기 외교․국방권을 보유하고 행사합니다. 여기서 공동의 목표라 함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들이 反외세 독립 쟁취라든가 공동방위라는 정치․군사적 목적, 그리고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목적 등을 말합니다. 한반도의 경우는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남과 북이 평화공존하며 교류 협력하고 통일과정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이 남북연합의 목표가 될 것입니다. 참고로, 북미(1776-87), 독일(1815-66), 유럽연합(1992-) 등의 역사적 사례는 국가연합이 연방제 통일국가로 발전하는 과도적 단계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넷째, 통일은 남과 북이 힘을 합쳐 국제적 지지와 협력을 얻어 자주적으로 이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주의 원칙을 준수하되 배타적 자주가 아닌 열린 자주를 말하는 것입니다.
한반도문제는 민족 내부문제인 동시에 국제문제입니다. 통일에 앞서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해야 합니다. 미국, 일본과 북한의 적대관계가 해소되어야 하고, 유엔군과 중국군 사령관 명의로 체결된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또한 통일의 과정에서도 관련 당사국의 지지와 협조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평화와 통일은, 동․서독일이 힘을 합쳐 전승 4개국을 설득하고 협상하여(2+4) 통일을 이룩했듯이, 남과 북이 힘을 합쳐 관련 당사국들의 지지와 협력을 얻어(2+2) 이룩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통일의 과정은 남과 북이 서로 화해하고 왕래하고 돕고 나누며 협력하는 데서부터 시작하여 상호신뢰를 구축하면서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통일은 남이 가져다주거나 스스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주적으로 지금부터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교류 협력을 통해 민족경제공동체를 형성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군비통제를 실현하여 평화적으로 공동 번영하는 '사실상의 통일'상황부터 실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북의 두 정상은 <6.15공동선언>을 통해 이상가족 상봉과 철도 도로의 연결, 개성공단의 건설, 다방면의 교류 협력 등부터 시작하여 신뢰를 다져나가면서 통일을 지향해 나가기로 합의하고 또한 실천하게 됩니다.
■ 햇볕정책 ; 화해․협력으로 평화와 통일 만들기
다음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햇볕정책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김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햇볕정책’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이 용어는 길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강풍이 아니라 햇볕이라는 이솝의 이야기에 유래한 것으로서, 남북이 서로 냉전의 찬바람이 아니라 화해의 따뜻한 햇볕을 비추자는 뜻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대북정책의 공식명칭은 화해 협력정책(학술용어로는 포용정책)이었지만 햇볕정책이라는 용어가 영어로는 the Sunshine Policy, 중국어로는 양광정책(陽光政策), 일본어로는 다이요세이사크(太陽政策)로 널리 알려져 공식명칭보다 더 널리 애용되었습니다.
김 대통령은 <남북기본합의서>(1992)에서 합의한 대로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인정하고, 화해 협력 불가침의 평화공존을 지향하는 화해 협력정책을 추진한 것입니다. 김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다음과 같이 천명하셨습니다.
“남북관계는 화해 협력, 그리고 평화 정착에 토대를 두고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남북문제 해결의 길은 이미 열려있습니다. 남북기본합의서의 실천이 바로 그것입니다. 화해와 교류 협력과 불가침, 이 세 가지 사항을 실천만하면 남 북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통일에의 대로를 열어 나갈 수 있습니다.”
김대중은 이미 1960년대부터 북한을 적이라기보다는 평화와 통일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동구 공산권이 붕괴되던 1990년대초 "북한도 루마니아처럼 1-2년내 갑자기 붕괴될 것이다(sudden collapse in a few years like Rumania)"는 미국의 정보판단이 나오고, 북한 붕괴임박론이 대세를 이르던 때도 북한은 동구권과는 달리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개방 개혁의 아시아 모델을 본받아 점진적인 변화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집권 후 김대중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의 '붕괴임박론'을 부정하고 '점진적 변화론'의 시각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하게 되는 것입니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개발은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한반도는 반드시 비핵화 되어야 하며,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과 <미북 제네바합의>가 준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이 "핵 가진 자와는 악수할 수 없다"면서 남북관계를 북핵문제에 종속시켜 <남북기본합의서>를 백지화한 '핵연계전략'을 배격하고,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과 북미관계 개선에 기여하는 '병행전략'을 추진합니다.
김 대통령은 대북정책의 목표를 화해․협력을 통해 북한이 변화(개방과 시장경제개혁)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고, 평화를 만들어 남과 북이 서로 오가고 돕고 나누는 “사실상의 통일 상황‘을 실현하는데 두었습니다. 화해 협력 변화 평화가 햇볕정책의 네 가지 키워드입니다.
그의 화해협력정책은 결코 순진한 것이 아니라 냉엄한 현실인식에 기초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첫째, 어떠한 무력도발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 둘째, 흡수통일 할 생각이 없다. 셋째, 화해 협력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는 대북정책의 3대원칙을 제시했습니다. 확고한 안보태세를 유지하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즉 평화를 지키면서(peace keeping) 평화를 만들어 나간다는(peace making) 뜻입니다. 결코 약자의 유화정책(appeasement policy)이 아니라 강자만이 쓸 수 있는 공세적인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인 것입니다.
김대중 정부는 북한이 스스로 변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 나가기 위해 보다 많은 접촉과 교류 협력을 추진합니다. 북한을 신뢰해서가 아니라 신뢰를 조성하기 위해서 교류 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과 보다 많은 접촉과 다방면의 교류(사회 문화 체육, 이산가족 등) 그리고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유도하여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가능한 여건을 조성해 나가고자 한 것입니다. (남북을 왕래한 인원이 휴전 이후 집권 이전까지는 3천명에 불과했으나 집권 이후10년간 44만명에 이르렀다.)
김대중 정부는 경제적 접근을 통해 경제협력을 활성화하여 ‘민족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상호의존도를 높이고 민족경제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며 평화적 통일에 이르는 첩경이라 보았습니다. 유럽국가들이 경제공동체(EEC) 형성을 통해 국가연합(EU)으로 발전하고 통일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우선 시범적으로 남측의 자본과 기술을 북측의 토지와 노동력과 결합하여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는 개성공단을 건설 운영하면서 이를 확대 발전시켜 경제공동체를 형성해 나가고자 한 것입니다. (현재 개성공단에서는 1백여 남측 기업에서 4만여명의 북측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또한 끊어진 민족의 대동맥인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금강산 관광사업(190만명)을 추진하는 한편 교역을 활성화해 나갔습니다.
또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북한주민의 생존적 인권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인도적 지원을 제공합니다. 진보정부 10년간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4천 가족 2만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했고, 년 평균 2억 달라 분량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습니다.(서독의 $32억/년에 비하면 1/16에 해당한다)
햇볕정책 반대자들은 인도적 지원을 '퍼주기'라고 비난했습니다만, 김 대통령은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을 북한 인권문제 해결 차원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는 북한에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와 같은 시민적 인권은 물론이려니와 먹고 건강하게 살기 위한 생존적 인권도 최하의 상태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김 대통령은 대량의 식량과 비료, 의약품과 의류 등을 지원함으로써 북한의 생존적 인권 해결에 도움을 주려고 했습니다. 아사 직전의 사람들의 목숨을 살리고,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회복시키려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시민적 인권은, 소련이나 동유럽 등 공산국가에서는 외부의 간섭과 압력에 의하여 해결된 예가 없고, 개혁 개방으로 유도했을 때에 독재적 통제가 완화되고 민주화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미국 등 우방국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을 개방 개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인권문제 해결의 바른 길임을 역설했습니다. 햇볕정책이야 말로 인권문제 해결의 길이라고 확신한 것입니다.
한편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즉 탈북자들을 수용하여 그들에게 시민적, 생존적 인권의 자유를 보장하고, 또한 이산가족의 상봉을 실현하여 혈육과의 만남을 마련하는 등 시민적 인권의 실현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김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의 대북 관계정상화가 북한의 변화를 돕고 대량살상무기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길임을 역설하고, 한미일 공조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했습니다. 그리하여 정전상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되 분단을 고착시키는 평화체제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를 구축하고자 한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의 통일철학과 화해 협력의 햇볕정책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6.15남북공동선언>을 산출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실천에 옮겼습니다. 분단 반세기의 불신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화해 협력의 새 시대를 열어 놓았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작은 그토록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는 시작을 해냈습니다. 나머지는 남은 사람들이 채워나가야 할 몫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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