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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의 통합 추진지역 선정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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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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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연구센터 / 국내정치와 민주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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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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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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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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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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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자율통합 추진 지역을 발표하였다. 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6일까지 자율통합건의서가 접수된 전국 18개 지역, 46개 시․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찬성 여론이 50%를 넘었다는 6개 지역 16개 시․군이 대상이다. 민주노동당은 애초에 정부가 추진하는 통합시도가 ‘자율’이라는 명분과는 동떨어진 일방적 강요로 진행되어 왔다는 점에서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 해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밝혀왔다.
행안부는 연내 통합 마무리라는 무리한 일정을 제시하여 처음부터 주민들이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참여하여 논의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막아 버렸다. 인센티브 제공을 미끼로 재정이 열악한 수많은 지역으로 하여금 무리한 통합 논의에 뛰어들게 하였고 주민과 지역 간 갈등과 반목을 부채질 하였다. 통합 찬성을 공공연히 밝히는 단체장과 공무원 행위는 허용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단체장과 공무원은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협박을 서슴치 않았다. 이러한 행위를 종합해 볼 때 행안부가 선전해 온 ‘자율통합’이 실제 얼마나 허구적인 용어인지 알 수 있다. 연내 통합 관철이라는 목표를 위해 ‘주민’들이 들러리로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어제 발표한 행안부의 통합추진 선정 지역도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여론조사라는 방법으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데 동원한 구체적 방식과 내용 역시 전혀 일관성이 없고 객관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나아가 일부 왜곡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정부가 앞으로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하더라도 그 정당성을 찾아주지 못한다.
여론조사란 기본적으로 그 방법이 아무리 정교화 되더라도 발생 오차를 해소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 그리고 조사 대상, 조사 시간, 조사 방법, 질문 문항의 내용과 순서 등 다양한 변수의 조합으로 그 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여론조사는 ‘결정행위’ 보다는 ‘참고자료’로의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으며, 예외적으로 전자의 경우로 활용하는 경우 그 결과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의 기본 합의를 전제한다. 이렇게 여론조사는 주로 조사 대상자의 견해나 의견 등을 확인, 참고하고자 실시하는 방법이지 그것 만으로 구속력 있는 결정을 가져오기란 한계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안부는 통합 추진 지역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이것이 문제인 것은 여론조사 자체의 문제 뿐 아니라 행안부의 통합로드맵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가 전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어제 보도자료에서 행안부는 주민의견조사를 “본격적 통합 절차에 들어가기 앞서 지역주민의 전반적인 통합의사를 사전에 확인한 것”이라고 하나 당장 통합을 원했던 지역을 탈락시켰을 뿐 아니라 원하지 않던 지역을 포함시켰다. 이는 결코 단순히 의사를 확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
또 행안부는 통합신청 지역별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그 표본수를 1,000명으로 설정하였다. 정확성과 경제성을 고려한 최적의 균형이며, 표본수가 커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비표본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단 1,000명이 백만명을 넘는 주민을 대표할 수 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주민의 의견표명 기회가 제한되고 통합과 관련한 정보가 충분치 않은 조건에서 실시되는 여론조사에서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 주장대로 1,000명이 그렇게 좋은 표본조건이라면 앞으로 모든 여론조사는 1,000명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법을 만들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용을 절감하고 초과지출을 예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같은 보도자료에서 곧 거짓말로 드러난다. 행안부는 과천, 무안, 함안, 신안, 구례 등의 지역에 대해서는 인구규모가 작다는 핑계로 표본수를 500, 700명으로 조정했다고 궁색한 변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구가 적더라도 1,000명이라는 표본의 의미가 정부 주장대로라면, 이는 결코 편의적으로 선택할 사항이 아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인구가 적지 않은 지역 까지도 표본수가 500명에 그치는 경우이다. 안산, 천안, 시흥, 구미, 아산은 인구가 각각 약 70만8천명, 53만7천명, 39만2천명, 39만3천명, 24만명에 달하고 있는데 조사 표본수는 500명에 그치고 있다. 인구가 약 4만5천명인 신안군이 700명, 8만명과 9만명에 불과한 완주와 동두천도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점에서 정부 스스로 불신을 자초한 셈이다.
이렇게 무리한 통합을 위해 행안부는 앞뒤가 앞맞는 주장은 물론 비민주적인 방법 까지도 아끼지 않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 8월 27일 보도자료에서 통합결정시 주민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며, 구체적으로 “이를 위해 주민투표 등 법정 절차는 물론 필요시 여론조사 등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누가 보더라도 주민투표는 기본적으로 실시하고 추가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금의 형국은 정 반대이다. 어제의 발표로 드러난 것처럼 여론조사로 1차 추진 대상 지역과 탈락 지역을 선정하였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앞으로 최종 대상지를 선택하는데 지방의회 의견을 우선 들어보고 만약 필요하다면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여러 제한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주민이 직접 참여해 의사를 표시하는 유일한 수단인 주민투표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지자체 단체장이나 의회 입장을 일단 들어보고 그 결과가 정부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에야 주민투표를 하겠다는 심산이다.
한편 현재 국회에서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활동 중에 있다. 정치권의 유력한 개편안은 전국을 6, 70여 개의 광역시로 재편하고 자치단체로서의 광역 도는 폐지, 읍․면․동은 준자치단체화 한다는 것이다. 이와 비교할 때, 행안부의 통합 추진은 성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통합 직후 인근 지역 등과의 통폐합을 다시 고민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통합을 규정하고 지원하는 법안조차 아직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행안부는 통합 자치단체 설치법안을 11월 중에 제출하고 그것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에라야 내년 7월 통합시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운영 중인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 내에서도 정부가 아무런 원칙과 내용도 없이, 또 국회에서 논의 중인 통합방안과의 연관성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데 대해 여러 차례 문제를 지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가 부도 수표를 남발하는 셈이다.
이번 행안부의 통합대상 선정 과정은 주민의 참여와 의견을 배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묘히 왜곡하는데 까지 나아간 악질적인 선동이다. 주민 의견을 올바르게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은 주민 스스로 직접 참여하는 주민투표 실시 뿐이다. 정부는 주민 간 갈등과 혼란을 심화시키고 여론을 왜곡하는 행태를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전면 주민투표 실시 방침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불법적으로 공권력을 동원해 결과 조작에 나서지 말고 주민의 올바른 선택을 도울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 문의: 정책위원회 지해용(2139-77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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