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진짜 경제성적표가 나왔다. 성장률에 대한 지표가 아니다.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에 대한 지표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09년 8월 근로형태별 및 비임금근로 부가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비정규직은 30만 9000명이 늘어 5.7% 증가했고, 비정규직 평균임금은 9만 4000원 감소했다. 지난 1년간 고용은 더 불안해 지고, 임금은 더 감소했다는 소리다.
비정규직이 이렇게 증가하고 임금 수준이 낮아진 이유는 단순하다. 정부가 고용 수준을 억지로 높이기 위해 안정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희망근로와 청년인턴 등 단기 고용만 늘리는 땜질처방을 했기 때문이다. 당장 계약기간이 끝난 청년노동자는 계약-해고-계약이라는 불안정한 고용의 악순환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경쟁력이 약하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노동자 전부를 ‘해고는 쉽고 임금은 더 적은’ 비정규직 노동자로 만들겠다는 이야기인가? 정부가 이렇게 ‘반노동’적이면서 ‘친서민’ 운운하니 신뢰가 안 가는 것이 당연하다.
며칠 전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노력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자평했다. 정부와 여당에게는 ‘터널의 끝’이 보일지 몰라도, 불안정한 고용이 계속되는 한 서민들에게 터널의 끝은 없다. 고용안정과 질 좋은 일자리 만들기라는 진짜 서민행보를 할 생각이 없다면 낯 뜨거운 자화자찬이라도 그만 두는 편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