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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중 양국 사이에서 이익 균형 추구해야
김재관
정치외교연구센터/동아시아공동체와 지역통합
참고자료
민족화해
2009/09/00
- 미국의 한반도 전략

- 중국의 한반도 전략

- 우리의 전략적 선택
2009년은 미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서 한층 더 성숙한 동반자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아태 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과 더불어 ‘한층 더 책임 있는 이익상관자’(A more responsible stakeholder)로서 그리고 2009년 2월 중국방문 때 클린턴 국무장관이 밝혔듯이 ‘전면적인 파트너’(Comprehensive partnership)로서 관계강화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미중관계의 강화와 공조체제가 가동되면서 양국간 현안문제 뿐만 아니라 당면한 글로벌 위기문제 -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질병확산,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방지, 글로벌 경제성장의 지속(특히 금융위기극복) - 들도 양국의 긴급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서 한반도 문제도 양국의 주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볼 때, 양 대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막대한 상황에서 양국의 한반도 전략에 대한 이해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2009년 5월 25일 북한의 제 2차 핵실험 감행 이후 한국의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선언과 함께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인 1874호 가결, 최근 ‘한미동맹 미래비전’에서 밝힌 ‘확장억지력’(Extended deterrence) 선언, 한국의 ‘5자회담’ 제기 등으로 동북아의 안보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특히 미중 양국의 한반도 전략을 검토해보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이라 할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략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미국의 전통적인 혈맹국이다. 미국 역시 한국을 나토(NATO) 다음으로 중시하는 동맹국이다. 21세기에도 양국 간 굳건한 동맹 관계 유지는 안보의 핵심사안이라 할 것이다. 이런 동맹 지속의 기대는 최근 2009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밝힌 ‘한미동맹미래비전’에서도 거듭 확인되고 있다. 대체로 오바마 정부의 대한국 전략은 크게 몇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전제로 한 한미동맹의 유지이다. 한미동맹은 우리 정부 입장에서 보면 장기적으로 한국 안보를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신속기동군화된 주한미군은 21세기 미국의 GPR(해외주둔 미군재배치) 계획에 따라 더 이상 북한의 대남공격을 억지하는 역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방위업무까지 관할하게 되었다. 이른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2006년 2월)와 주한미군의 평택재배치는 미래 한미동맹에서 중요한 돌파구를 연 성과라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동북아의 안보 위기를 증대시키는 우려할 만한 측면도 동시에 안고 있다. 특히 최근 ‘한미동맹미래비전’에서 밝힌 ‘확장억지력’ 공약은 북한의 핵무장의 빌미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핵도미노 현상마저 초래할 수 있어 대단히 우려할 만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미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표방하는 입장에서 이에 역행하는 선언을 한 것은 동북아 역내 주변 국가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둘째, 한반도의 급격한 통일보다는 한반도 현상유지(Status quo)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분단을 전제로 한 현상 유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히진 않고 다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 통일을 바란다는 수사적 표현으로 일관해왔다. 평화 협정과 북미관계 정상화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미국은 ‘두 개의 한국’(Two korea) 정책을 용인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통일과 같은 한반도 내 현상변경은 미국의 한국 내 지위와 영향력을 약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존재하고 특히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여론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통일 이후에도 동북아의 안정자로서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전반적인 주류입장이긴 하지만 통일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자주 외교의 부상은 미군 주둔의 명분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고, 특히 한국 내 철군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할 것이다. 이미 여러 반미 투쟁 가령 한미 SOFA협정, 2002년 ‘미선이ㆍ효순이 사건’, 2008년 ‘미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등을 통해 이런 가능성이 예상된다. 대체로 민주국가들의 외교정책 결정과정에서 국내 여론의 향방은 중요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동맹의 전방위적 확대이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군사 안보 동맹을 넘어서서 경제 동맹이라 할 수 있는 자유무역지대 건설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한미 FTA'는 양국 동맹 관계를 한층 더 전방위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비준이 통과된다면 한국이 한층 더 미국의 동아시아 ‘중심-바퀴살’ 체제(Hub-and-spokes system)에 적극적으로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미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인 커트 켐벨이 2009년 2월에 한미관계가 더 이상 중심-바퀴살 관계가 아니라 글로벌 문제에 공동 이해를 가진 대등한 동맹국가라고 밝힌 바 있지만, 여전히 외국군이 주둔하고 있고, 전작권마저 제대로 행사하고 있지 못한 국가에게 대등한 동맹국가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소 어폐가 있어 보인다.

넷째, 미국에 우호적인 정권이 지속적으로 존립하는 것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중 관계는 급격히 발전했다. 2003년 이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 된 후 교류액은 계속 급증하고 있다. 교역액만도 2008년에 1,683억 달러에 달했으며 경제 외에 문화·인적 교류도 활발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2008년에는 한중 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되기도 했다. 이런 한중관계의 미증유의 발전적 추세를 반영하여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균형자’ 외교를 내세우며 균형 외교를 추진하다 소위 ‘자주파’, ‘친중파’가 득세한다는 오해와 함께 전통적 친미 지배세력들로부터 공격을 받은바 있다.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미국정부에게도 전달되어 미국 조정 내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벗어나 중국과 가까워지는 ‘탈미친중’(脫美親中)노선으로 선회하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우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사라졌고, 오히려 한미동맹은 오히려 더 강화됨으로써 중국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은 친미적 한국 정부가 계속 집권하면서 한미동맹이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섯째, 글로벌 차원의 협력의 강화이다. 한미 양국은 이미 ‘한미동맹 미래비전’에서 테러리즘, 대량살상무기 확산, 조직범죄, 마약, 기후변화, 인권, 에너지 안보, 질병 확산, 평화유지활동 등과 같은 글로벌 도전에 공동 대처함으로써 쌍무적 및 글로벌 파트너로서 신뢰를 한층 더 다져나가고자 한다.

여섯째, 한반도의 비핵화와 남북 화해 그리고 북미관계의 정상화이다. 미국은 북한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및 장거리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와 북한 주민의 인권증진을 위해 북한에 대한 당근과 채찍정책을 추구하고자 한다. 부시 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경일변도의 체제 전환용 압박 정책이었다면 오바마 정부는 균형 외교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최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제 2차 핵실험으로 유엔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역시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함으로써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직전 미발표 연설문에 나온 내용이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인다. 김 전 대통령은 ‘9·19로 돌아가자’는 제목의 글에서 “오늘의 북핵 문제 해결방안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미국은 관계 정상화를 위해 북한을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길뿐이다. 이외에 대안은 없다”면서 “우리는 이미 이러한 원칙에 합의했고 2005년 9·19 공동성명, 그것을 준수하면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도 “‘비핵화를 통한 점진적 관계 개선’이라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단계별 접근방식보다는 미국은 ‘관계 정상화를 통한 비핵화’라는 근본적·포괄적인 접근 방법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며 평화 협정·외교 관계 수립과 핵폐기를 일괄타결 방식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이처럼 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무력이란 수단보다는 대화와 협상이라는 평화적 방식을 통해 접근할 것도 당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조국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한 해법을 제시할 정도로 남다른 민족애를 보여주었다. 오바마 정부가 이런 해법을 수용한다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의 한반도 전략
1990년대 말 이후 최근까지 미국의 아태지역 내 지위와 영향력이 약화되어왔던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동 지역에서 ‘주변국’에 대한 ‘매력 공세’를 펼침으로써 미국의 공백을 훌륭히 대체하는 외교 효과를 거두었다. 특히 중국의 동아시아 외교에서 한중관계의 발전은 놀라운 것이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2003년부터 중국이 한국의 최대교역국으로 부상할 정도로 발전을 거듭한 뒤 2008년에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까지 격상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특별히 한반도와 관련하여 중국은 2002년 제 2차 북핵위기 이후 6자회담을 주도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시켜왔다. 2002년 후진타오 체제가 등장한 이후 중국의 대한반도 전략과 기본정책목표는 크게 3가지로 재조정되었다. 즉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유지’, ‘남북 양측간의 대화와 협상을 통한 자주적인 평화통일 실현’,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다. 중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한반도 주변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는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따라서 중국의 한반도 전략의 제 1목표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유지이고 이를 위해 단기적인 핵심사안으로 부상한 것이 바로 북한의 비핵화 실현이었다. 중국 내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좀 더 한반도 관련 정책목표들을 구체화해보면, 중국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 구축과정에서 5가지 기본 정책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첫째,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추진, 둘째, 북한 상황에 적합한 발전모델을 찾도록 도와서 북한의 연착륙을 유도한다. 이런 구상은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을 이식시킴으로써 친중 정권을 유지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은 2003년 이후 북한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려왔고 북한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8년 73%로 급증할 정도로 북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심각하기도 하다. 셋째, 남북한 양측과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해 한반도 정세 안정에 기여함으로써 한반도에 영향력을 제고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대국책임외교’를 실제로 구사한 결과이기도 하다, 넷째, 한반도의 자주적인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 중국의 한반도 통일관은 이미 1992년 한중수교 성명에서 밝혔듯이, 중국이 “한반도가 조기에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이 한민족의 염원임을 존중하고, 한반도가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대체로 중국 학계에서는 통일 이후 미군 철수를 선호하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에 비춰볼 때,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중립화 통일 방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섯째,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마감하고 평화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목표들은 바로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라는 전략목표로 수렴된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전략목표 때문에 중국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불만이 높고, 아울러 한국의 MD정책, PSI 참여, ‘확장억지력’등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런 일련의 정책들은 동북아 안보환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의 전략적 선택
북핵 문제 외에 앞으로 중국과 관련된 대표적인 현안들을 보면, 한중 FTA,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고구려 역사 왜곡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전자는 대체로 한중 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측에서 한중 FTA에 대해 중국의 동아시아 지역주의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우려가 없지 않지만, 한중 양국은 자국의 비교 우위를 잘 살려서 win-win 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통화기금’(AMF)을 제도화하거나 통화스와프를 마련함으로써 역내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겠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향후 미중 양국 사이에서 우리의 전략적 선택은 무엇보다 이익 균형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 듯 21세기는 미중 양국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외교는 더 이상 한미 관계, 한중 관계 가운데서 양자택일의 기로에 설 필요가 없다. 상호국익에 바탕을 둔 선택적 협력 외교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21세기 ‘중국의 시대’(Pax Sinica)에 대비하여 한중간 신뢰 기반을 확고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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