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이라는 미명하에 공공기관의 단체협약 및 노사협의회 합의사항 등 공공기관 노사가 맺은 모든 합의사항을 공공기관 경영정보공시시스템인 ‘알리오’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7일자 D언론은 ‘알리오’에 등록된 공공기관의 복지후생제도를 소개하면서 “대한주택공사 노사는 올해 3월 노사협의회를 열고 만 6세 이하의 취학 전 자녀를 둔 여직원이 최대 3년까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했다”며 여성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육아휴직 제도를 공공기관의 과도한 복지혜택과 그로 인한 방만 경영의 사례인양 소개하고 있다.
최대 3년까지 쓸 수 있는 육아휴직제도가 있다고 해도 무급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과 승진을 고려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매력적인 출산장려정책일리도 없지만 정부가 이처럼 공공기관의 노사 합의사항을 정책적 배경설명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공개함으로써 일부언론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의 먹잇감으로 삼게 하는 것은 정부가 말로는 일·가정양립지원 정책을 통해 여성들에게 아이 낳기를 부추기면서 뒤로는 출산을 가로막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2008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OECD 평균 출산율 1.73명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이다 보니 최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육아휴직 대상을 현재 만 3세에서 취학 전인 만 6세로 확대하자는 입법 발의가 진행 중에 있으며 여성의 경력단절예방을 위한 육아휴직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확대하자는 요구도 늘어가는 추세이다.
최근 정부에서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는 상황에서 그나마 정부 시책을 부응하는 공공기관 노사가 단협을 통해 육아휴직 등 여성관련법을 법·제도 이상으로 보완한 것은 적극적인 일가족양립정책을 통해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므로 오히려 경영평가에 가산점을 부여해야 할 일이지 비난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를 빌미로 공공기관 노사 이면합의 내용 공시를 통해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근절하겠다는 과욕이 자칫 그동안 노사가 신뢰를 통해 어렵게 쌓아온 일·가정양립정책 지원마저 폐지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공공기관은 공공분야의 노동자들에게 적극적인 육아지원 정책을 통해 가족친화적인 기업으로 국민에게 다가서야 할 것이다. 특히, 노동시장 내 모성보호로 인한 차별적인 요소를 없애고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예방을 통해 여성이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할 책무를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공공기관선진화 정책이 일·가정양립정책 및 저출산정책에 반하는 역효과를 내지 않기를 바라며,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자녀양육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 되지 않도록 일·가정양립 지원정책이 사회적으로 더욱 확대 발전되어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