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노동부가 최근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하는 1만개 표본 사업장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비정규직법 기간제한 조항이 적용된 지난 7월 이후 실직한 기간제 근로자보다 정규직으로 전환한 근로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한 결과이다. 한국노총이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난 7월 20일 현재 산하 2,202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또한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비율이 68.4%였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정부·여당이 비정규직 '100만 해고대란설'을 유포하며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곧 대혼란이 일어날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면서 비정규직법 개악을 추진하던 당시부터 비정규직법의 목적과 취지를 훼손하고 비정규직노동자 보호라는 책무를 저버린 노동부의 반노동 작태를 비판하는 동시에 법 시행 이후 후속대책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난 7월 초 까지도 ‘소리 없는 해고대란’ 운운하며 비정규직법 개악 추진을 포기하지 못하더니 이제서야 비정규직법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한 노동자가 절반을 넘는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시장이 법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거나 “법을 무시한 기업이 많아 법적으로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한 이들이 많다”는 등 비겁한 변명을 일삼고 있다.
한편, 정부는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최근 마련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에서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1인당 30만원씩 깎아 주는 법인세나 소득세 세액공제제도를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직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추경예산에 반영된 1,185억원의 정규직전환 지원금도 사용할 수 없다고 ‘어깃장’을 놓아온 정부가 이제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엉뚱한 분풀이라도 하겠다는 심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한국노총은 정규직 전환 지원을 촉진해야 할 정부가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정규직전환 지원제도를 없애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 정부에게 비정규직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의지나 계획이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노동부가 국가노동정책의 주무부서로서 법에 따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책을 마련하는 대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온 나라를 수개월 동안 소모적인 논란에 빠뜨렸던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해고대란설’ 유포를 주도한 노동부장관은 남 탓하기에 앞서 이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고,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비정규직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정규직전환 지원금 사용과 세제지원제도 유지 및 확대 등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