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문제가 나올 때마다 면피성 대응으로 위기를 넘어온 외고가 이번에는 영어듣기평가를 입시전형에서 배제함으로써 사교육비를 유발시킨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요량이다.
하지만 외고의 문제는 이미 진통제나 해열제로 해결할 일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간 외고가 외고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점과 사교육을 유발시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통제나 해열제 수준의 처방이 있어왔지만 이는 순간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해 줄 뿐, 환부를 도려내는 치료는 결코 아니었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외고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나선 것에 전교조는 이미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10월 9일 보도자료 참고)
우리는 외국어 영재를 발굴하고, 외국어에 능력 있는 학생을 길러야 한다는데 반대하지 않는다. 외고가 설립취지에 맞는 외고로서의 기능을 한다면 외고를 반대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외고는 이미 사교육 없이는 갈 수 없는 학교, 입시부정, 타계열 진학, 특정집단의 독점화 등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음을 수많은 자료들이 보여주고 있다.
이왕에 정치권이 외고를 수술대에 올려놓은 상황에서 다시 한번 외고와 사교육업체의 집단반발로 메스 대신 알약 하나로 마무리한다면 ‘소문난 집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는 것에 불과할 것이며, 외고불패의 신화를 더욱 공고히 해 정부의 사교육 대책은 종말에 이를 것임은 명확하다.
외고를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도 또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내년부터 개교되는 자사고는 이미 영어와 수학의 증가편성 교육과정이 확인되었다. 또한 자사고 자체가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50%지원이라는 원천적 차단과 일반고 3배에 이르는 등록금으로 귀족학교라는 지적과 외고에 이은 또 하나의 입시기관으로 전락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였다. 또한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자사고는 지원과 추첨의 전형 방식이 아닌 별도의 선발 방식을 치르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러한 우려는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기에 외고가 자사고로 전환될 경우 이는 학교의 외피만 바꿔 입는 것에 불과할 것이며, 사교육 진원지나 입시전문학교라는 근본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아닌 것이다.
외고폐지를 위한 정치권의 투쟁은 시작되었다. 이와 함께 생존을 위한 외고의 대응투쟁도 시작되었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경제력이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출발점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역할이 제 기능을 할것인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