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삼성그룹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일부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으나, 과거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의 온당한 이행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의 실질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재용 씨의 부당이득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이명박 정부의 보험업법 개정에 따라 금산분리 원칙이 대폭 완화된 보험지주회사를 통해 기존의 지배⋅승계구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근본적 혁신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것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삼성이 제시한 안들은 너무나 미흡하고 추상적이어서 과연 삼성이 자신이 직면한 문제들을 직시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삼성그룹의 핵심적 출자구조의 변화에 대한 언급이 없다.
금융계열사를 중심으로 하는 출자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삼성의 선언은, 그룹의 지배권을 유지·승계하겠다는 속내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재용 씨는 이번 쇄신안 발표를 통해 잃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국민들은 삼성에게 돈을 구걸하지 않는다. 이건희 회장은 탈세한 ‘검은돈’으로 사회환원 운운하며 여론을 무마하기보다는 애초 삼성 문제를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 그리고 100일 동안 삼성의 변명과 거짓해명으로 귀를 더럽혀온 국민들에게 단 한 번 만이라도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 이런 행동이 없는 한 오늘 발표의 진정성은 절대로 담보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