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매각 주간사는 중동계 펀드인 자베즈파트너스와 미국계 자본인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을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결정했다. 우리는 이 같은 결정을 우려한다.
첫째,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의 성격이 불분명하다. 이들은 전략적 투자자인가 재무적 투자자인가? 이들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자베즈파트너스는 아부다비투자청과 아부다비투자위원회가 주요 투자자라고 주장하는데 정말 그런가?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의 진짜 “전주”(돈주인)는 누구인가? 이러한 것들이 먼저 밝혀져야 한다.
둘째,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은 인수자금을 마련할 능력이 있는가? 이번 대우건설 인수자금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이 이 같은 거액의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가? 산업은행은 진정성이 있고 능력이 있는 인수자가 선정되는 경우, 인수금융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인수 자금을 대준다는 것 아닌가? 과거 론스타나 상하이차도 자기 돈은 별로 대지 않고 은행돈으로 외환은행과 쌍용자동차를 각각 인수한 바 있다. 또 그렇게 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셋째, 매각의 원칙에 대한 산업은행의 입장이 무엇인지 불투명하다. 과거 공적자금을 투입한 기업들을 매각하면서 인수자의 성격은 따지지 않고 매각대금을 최대로 하려다가 투기자본만 배를 채워주는 쓰라린 경험을 우리는 간직하고 있다. 이를 거울삼아 우리 민주노동당은 거대 기업을 매각할 때는 당국이 매각대금뿐만 아니라 균형적인 국민경제 발전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대우건설의 경우에도 당연히 국민경제 전체를 고려하는 원칙 속에서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에 대해서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먼저 매각 원칙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대우건설 매각은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의사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할 뿐만 아니라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산업은행이나 당국은 대우건설 매각 과정을 책임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우건설이 투기자본의 손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민주노동당은 필요하다면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인수하여 나중에 “진짜” 전략적인 투자자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