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가 사실상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지금 정부와 한나라당은 헌법재판소의 종부세 위헌판결을 핑계로 종부세법을 누더기법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민주당까지 합세하고 있다.
전체 세대의 2%인 38만 세대만 내던 종부세는 이제 뼈대만 남을 처지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종부세 개정안에 따르면 주택 공제기준금액은 현행 6억원 그대로라지만 1가구 1주택은 3억원을 추가 공제하자는 것이다.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바뀌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주택 가격이 15억원 이하인 경우 종부세는 아예 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1%에서 3%이던 세율도 0.5%에서 2%로 반토막을 냈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가 1-3%의 세율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정부 주장을 이유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세율이 낮아지면 가장 혜택을 보는 이는 현재 61.3%인 23만 2천 세대의 다주택자들이다. 이들이 내는 종부세가 전체 주택 종부세의 71.6%이다.
결국 이번 종부세법 개정안은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넘어 아무 이유 없이 다주택자들의 세금까지 낮춰주는 것이다.
종부세법 개정시한은 아직 1년이나 남아있다. “2009. 12. 31.까지”라고 헌법재판소 결정에 쓰여 있다. 헌법재판소가 준 시간은 국민들의 진지한 토론을 위해 쓰여야 할 시간이다.
헌법재판소는 종부세 일부에 대해서만 위헌판결을 내렸을 뿐이다.
이에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중시하며 종부세 취지의 유지를 위해서 민주노동당이 제시하는 개정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세율은 현행 1~3%가 유지되어야 한다.
이미 세대별 합산을 인별 합산으로 바꾸면서 세금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헌법 재판소도 현행 세율에 대해 적절하다고 판시했다.
둘째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의 정의는 10년 이상 보유하고 거주까지 한 경우여야 한다. 집을 산 뒤 거주하다가 집값의 현저한 상승을 인정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장기간이어야 한다.
셋째 과세 표준 구간은 하한을 유지하여 부과대상자를 넓히지는 않되 상한을 공시가격 30억 초과 주택부터 적용해야 한다.
과표 구간을 합리적으로 하향조정하여 고가 주택이라면 확실히 종부세를 부담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바와 같이 현행 과표와 세율에 의한 세금부담액은 적절하기 때문에 세대를 개인에 비해 차별하는 문제를 시정하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하고 세금액수를 줄이는 것이 이번 헌재 판결에 따른 개정안의 목적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가 주택의 범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현행법에서 시행이 예정되어 있는 과표적용율 100% 적용은 당장 시행돼야 한다.
정부여당의 종부세법안은 절대다수의 서민의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만약 정부여당이 민주노동당의 제안을 묵살한 채 원안대로 통과시키려고 한다면 서민에게 대못을 받은 책임을 두고두고 묻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