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0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단독 과반의석인 241석을 크게 웃도는 308석을 획득해 압승하면서 119석을 얻은 집권 자민당을 대파하고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다. 이제 일본 정치사는 예산의 전면적인 재편성을 통한 복지분야 지원 확대 등의 공약을 실천할 민주당에 의한 국정운영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게 되었다.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하는 등 주변국과의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서 차기 정권에서의 한일관계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제재 일변도인 아소 정권과는 다른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새로 출범하는 하토야마 정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보다 주목하는 것은 민주당의 압승 배경이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을 완파하고 정권교체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장기집권, 정경유착, 파벌정치 뿐만이 아니라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사회보장 축소 등 신자유주의적 개혁 정책이 오히려 비정규직 양산과 빈부격차, 도농간 격차확대 등 구조적인 문제를 불러와 민심이 극도로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니 일본 총선 결과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왜 없겠는가? 정부·여당은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민심이반의 결과를 체감한 바 있다. 그런데도 최저임금법, 비정규직법 등 노동관계법 개악, 공공부문 선진화, 노동유연화, 금산분리 완화와 세금감면 등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 등에 대한 방향 전환 없이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마련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으로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여당은 이번 일본 총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자민당 몰락의 교훈은 정부 정책의 방향이 사회보장 강화와 빈부격차 해소로 선회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그것은 ‘서민행보’를 강조한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여당은 먼저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지금까지의 일방적 독주와 독선 대신 정책연대 파트너인 한국노총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대변자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해야 한다.
민주당 및 야당 또한 일본 중의원 선거는 민주당 및 야당에 대한 기대와 열광의 표시라기보다 자민당에 대한 환멸과 부정의 결과라는 점을 되새겨 노동자 서민대중의 권익보호를 위해 더욱 분발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