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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의 국정원장과 가린샤 클럽
이정철
정치외교연구센터/동아시아공동체와 지역통합
외부기고
정책보고서
한국일보
2007/09/06
[아침을 열며] 아프간의 국정원장과 가린샤 클럽

아프가니스탄 인질 석방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이 많다. 세계적인 대테러전선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테러 집단과의 흥정으로 국격(國格)을 훼손했다는 비아냥도 난무하고 있다. 선교 방식을 둘러싼 비난은 차라리 점잖은 논쟁이다.

● 생명은 동맹보다 소중하다

아프간 전쟁은 9ㆍ11 테러에 대한 '정당방위권'의 발동이라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즉 탈레반 세력이 9ㆍ11 공격을 감행한 오사마 빈 라덴을 은닉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당방위에 의한 전쟁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아프간 파병은 미국의 이 같은 반테러전에 뜻을 같이하는 '자발적인 신동맹(coalition of the willing)'에 대한 동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새로운 동맹은 유엔이라는 합법적 국제기구의 간섭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미국의 신 교리에 대한 조건 없는 연대를 의미하고 있었다.

그리고 6년이 지났다. 미국은 또 하나의 전쟁을 개시했고 한국이 이에 동참했음은 물론이다. 그 사이 한국은 '전투적' 이슬람 세력에게 '부당한' 전쟁의 자발적 동맹국가로 낙인 찍힌 듯하다. 그리고 원인이야 어찌 되었건 우리 민간인이 피랍되었고 그들 중 일부는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이 엄중한 상황에서 혹자들이 비난하듯이 탈레반과의 협상, 아니 그들의 표현처럼 탈레반과 흥정한 것이 과연 국격을 손상시킨 것인가? 자국민의 목숨이 경각에 달한 상황에서 국격이란 최종적으로는 자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능력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사태 초기 우리는 일본 언론을 통해 인질의 현황을 접하면서 느꼈던 자괴감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현장 상황 파악도 못하는 주제에'라는 허탈감이 우리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이다.

뒷짐 지고 허장성세하는 무능한 국격보다는 적대 세력일지언정 그들과의 대면 협상으로 생명의 가치를 보호한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은 초기의 그 허탈감에 대한 보상 심리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이번 협상이 반테러전선에 구멍을 뚫었다는 주장은 어떻게 봐야 하나? 주지하듯이 이미 반테러전의 누수는 미국의 내부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선거에서 이라크전의 부당함을 호소한 민주당의 압승은 반테러동맹의 중심에 구멍이 나버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반테러전의 신 동맹은 유엔이라는 기구의 합법적 승인을 얻은 것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패권국가의 절대적 리더십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 그런 미국 내부에서 정당성의 이완이 발생했다는 것은 이 동맹의 위기가 우리 때문이 아니라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요컨대 이번 사태의 교훈은 우리 정부의 새로운 접근법이 왜 좀더 빨리 시작되지 못했는가, 2명의 주검이 불가피했는가라는 평가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점에서 사태 초기 대응을 주도한 외교부를 대신해 나선, 국정원의 새로운 접근법이 훨씬 효과적이었다는 평가에 인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 국정원장의 과도한 세레모니

가린샤 클럽(Garincha Club)이란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곧장 퇴장 당한 선수들을 일컫는 애칭(?)이다. 1962년 브라질의 가린샤 선수가 칠레와의 4강전에서 2골을 넣은 뒤 상대팀 수비선수를 걷어차 퇴장 당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1998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초반 선취골을 넣은 직후 퇴장 당한 하석주 선수도 가린샤 클럽의 멤버다.

큰 경기에서 골을 넣게 되면 그 선수는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지나친 의욕을 보이기 쉽고 그러다 보면 불필요한 반칙을 범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아프간 사태에서 인질의 대량 석방이라는 골을 선사한 국정원장의 과도한 골 세레모니가 세인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의 과도한 세레모니가 하석주 선수를 떠오르게 하는 것은 왜일까? 모처럼 동맹의 이익보다 생명의 가치를 앞세워 일궈낸 국격이 일 개인의 치기 때문에 빛 바랠까 안타깝기만 한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철 숭실대 정외과 교수

입력시간 : 2007/09/05 19:24:16
수정시간 : 2007/09/05 19:38:36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709/h2007090519241324370.htm
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709/h20070905192413243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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