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고위공직 중 국가인권위원장만큼 일하기 어려운 자리도 없을 것이다. 또 인권위원장만큼 사람 고르기 어려운 자리도 없을 것이다. 우선 논쟁적이고 까칠하기로 이름난 '인권'이라는 주제에 대해 전폭적으로 공감하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이 첫 관문을 통과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국가보안법, 사형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성적 소수자, 이주노동,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인권원칙에 따라 일관된 생각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사회의 평균인 중에서 얼마나 될까?
또한 정서적으로 인권에 공감한다 하더라도 전문성이라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나온 후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발전시켜놓은 인권 지식과 제도가 워낙 방대해서 그것에 대해 대략이나마 감을 잡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권위는 엄연히 공조직이므로 국가기관을 이끄는 장관급 수장에게 요구되는 통솔력과 정무적 판단력을 갖춰야 하고, 원칙을 지키면서도 권력자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권위원장은 인권운동에 대해 이해가 깊고 시민사회와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더 좋기로는 시민사회운동가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네가지 조건을 어느정도라도 갖춘 사람이 도대체 몇이나 될까? 바로 이 때문에 인권위원장을 고를 때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