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들어 국제사회에서는 ‘국민보호책임’이라는 담론이 유행하고 있다. 2005년 유엔 세계정상회의 선언문(138~140항)과 2009년 유엔 총회 보고서(A/63/677)로 공식화되었다. 요지는 국가가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 등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고, 국제사회는 그런 노력을 지원하고, 필요시 외교, 경제, 군사적 수단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합의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지켜보면서 두 분단 권력의 ‘겨레 보호 책임’을 생각해본다. 남북 정권은 이산가족을 비롯해 분단으로 고통 받아온 겨레를 보호할 책임을 얼마나 감당해왔는가. 오히려 권력 유지에 분단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온 경우가 더 많지 않았는가. 남북 정권은 그 동안 인권 신장에 소홀하고 상대방의 인권문제를 체제경쟁 수단으로 이용해오기도 했다.
금강산에서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금강산 관광 재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또 군 당국간 핫라인을 가동하고 민간 교류협력의 군사적 보장 방안을 협의하는 것도 과제이다. 이들 과제는 8ㆍ25 합의 이행의 연장선상에 있고 남북간 신뢰 회복과 향후 관계 발전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국제사회도 모처럼 조성된 남북대화 분위기가 한반도 평화협력으로 나아가길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