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일 평양 방문 이틀째인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최근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가 일부 완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각 방(당사국)은 당연히 초기단계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 취지는 북핵(北核)을 북·미 관계의 문제로 설정해온 북한측의 대내외 정책 구도와 함께 최근 북·미 관계의 호전 조짐을 반영한다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김 위원장 발언이 전해진 직후,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도 “북한이 중유 5만t 중 일부 소량을 (영변 핵시설 폐쇄)절차의 초기에 공급해달라는 요청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유화적인 입장을 밝혔다.
북핵은 북·미 관계의 문제이기에 앞서 한민족의 사활(死活)을 좌우할 절체절명의 현안으로 동북아 지역의 최대 안전위협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한반도 정세의 진정한 완화를 위해서는 북핵 불용(不容), 그 결과로서의 북핵의 완전 폐기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의 포기를 합의한 6자회담 9·19 공동선언의 초기 조치인 2·13합의의 이행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한국 정부의 중유 5만t 제공 등의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그대로 정세 완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비로소 그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게 정확한 인식이자 실효적인 진단일 것이다.
같은날 외교안보 전문 민간 싱크탱크인 코리아연구원은 ‘방코델타아시아(BDA)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북한은 대화 국면에 따라 그동안의 ‘벼랑끝 전술’에서 ‘살라미 전술’로 전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핵카드를 잘게 나눠 각 단계마다 최대한의 보상을 챙길 것이라는 연구원 분석은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기까지는 그 난관이 첩첩일 것임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