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 연구소 연구교수는 15일 코리아연구원(www.knsi.org) '현안진단' 제45호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동맹의 신뢰에 대한 한국 안의 소란이 과장되어 있었는데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부시 대통령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가 한미 공동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과 이 문제가 한국 안에서 정치화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며 "외교안보 이슈조차 정략적 도구로 삼는 한국 내의 일그러진 정치 상황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세계적인 군사 재편을 추진 중인 조지 부시 행정부에게 한국만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며 "자칭 친미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미국의 입장이나 생각을 알아보는 '수준'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와 관련 '포괄적 공동접근'이라는 의미있는 개념이 도출됐다"고 분석했다.
현재 9·19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은 의제들(특히 금융제재) 때문에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 6자 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이런 의제 밖 현안들까지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김 교수는 포괄적 접근의 과제를 몇개 꼽았다.
그는 "우선 의제의 확대가 9·19 공동성명과 상충되서는 안 된다"며 "북한의 핵 폐기 및 미·일과의 관계 정상화 과정 자체가 북한이 국제사회에 편입되는 것이자 동시에 북한 정권의 성격이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9·19 공동성명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나 불법 행위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는 핵문제의 해결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 필요한 것은 금융제재에 대한 해법"이라며 "현재 북·미 양국 사이에서 위폐 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논의 대상은 제공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즉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상적인 계좌는 풀어주고, 불법행위 의혹이 있는 계좌에 대해서는 북한의 제안을 기초로 제도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면 될 것이라는 것.
김 교수는 "BDA 문제에 대한 북미 양국의 진전된 협상은 다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를 도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며, 9·19 공동성명 이행합의서 작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누가 어떻게 북한을 설득하는가이다. 김 교수는 "여기서 한·중 양국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다면,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현재의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한·미, 한·중 간 금융제재 해법과 향후 6자회담의 운영 방향과 관련된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현재 북한과 미국의 입장차이가 있기 때문에, 완벽한 협상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북한과 미국을 번갈아 방문하여 입장 차이를 줄여 나가는 지속적인 특사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