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이 미국으로부터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해 오더라도 군비증강을 위한 노력 이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기획실장은 8일 코리아연구원 주최, 경향신문 후원으로 배재대 학술지원센터에서 열린 ‘한·미 군사동맹과 동북아평화체제 구상’ 토론회에서 “작통권 환수에 따른 안보불안이 한국군의 군비증강을 정당화시켜주지만 군비증강은 동북아 전체의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실장은 “한국군이 작통권을 환수하더라도 행사할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군비증강 노력보다 남북관계와 주변국 관계를 평화롭게 관리하는 노력이 한층 배가돼야 하며 평화가 최선의 군비”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작통권 이양 배경으로 미국의 장기적인 동북아구상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해외미군 재배치를 통해 국가안보 목표인 ‘테러와의 전쟁’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일 3국간 공동방위체계의 차이도 이양 배경으로 거론했다. 미국이 1960년대 이후 한·미·일 3국을 묶는 동맹네트워크를 추진하고 있지만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병렬적인 관계에 반해 주한미군과 한국군은 사실상 수직적 관계여서 기형적인 구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실장은 일각의 ‘작통권 환수로 인한 한국군 전력의 약화’ 우려에 대해 “지휘체계만 바뀌는 것이지 한국 내의 군비총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므로 작통권 환수와 전력 약화는 서로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김태현 중앙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작통권 환수’ 논란과 관련, “노무현 정권에서 전작권 환수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야 지도부들 간의 대화채널을 구축·이용했다면 지금 같은 혼란이 없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작통권 환수는 군사 주권에 관한 문제”라고 전제한 뒤, “적절한 환수시점을 합의·공표하고 조속히 착수하되 착실하게 자주 국방력을 보강해가면서 최종적인 환수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연구위원은 작통권 환수에 맞춰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적극적 논의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 그동안 평화체제 논의를 꺼려했지만 작통권 환수로 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이러한 소극적 태도에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위원은 “북핵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도 사실상 개시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평화협정의 일차적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한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전통적으로 북한은 군사문제 논의 과정에서 남한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작통권 환수는 남북관계에서 군사적 쟁점을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서 남북 당사자간 대화의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