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북투자 “동북4성 계획 아닌 듯”
-연안에서 동북으로 경제중심 이동
-북한 맞대응 ‘경제벨트’ 카드 주목
중국의 대북진출·투자 확대 움직임은 북한 포섭 목적보다 동북3성 자체를 개발하기 위한 목적이 더 절실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번 분석은 최근 북한 수뇌부가 잇따라 중국을 방문함에 따라 대중편향 경제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본지 4월 3일자 보도)
국내 민간 싱크탱크인 코리아연구원(www.knsi.org)은 3일 현안진단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속국화하거나 동북4성화하겠다는 결론은 성급한 것”이라며 “이 같은 ‘음모론’이 검증되지 않은 채 유포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연구를 맡은 주장환 교수(동서대 국제관계학부)는 “국내 언론이 ‘중국의 대북경제에 대한 총괄구상’이라며 주목하고 있는 이른바 ‘36호 문건’도 동북지역 진흥을 위한 대외개방과 외자유치 목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중국자본의 북한 진출이 아니라 외국자본의 동북3성 유입이 최대 목표라는 말이다.
‘36호 문건’은 지난해 6월 중국 실무부서인 국무원 판공청 명의로 발표됐으며 2004년부터 중국이 추진중인 ‘진흥동북’ 정책과 관련돼 있다.
하지만 주 교수는 △‘36호 문건’ 관련 조항의 의도가 북한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며 △동북3성의 낙후된 경제타개라는 내부적 동기가 더 강하고 △‘진흥동북’ 정책 집행에 소용되는 막대한 자금유입을 위한 환경조성과 조건제시가 주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05년 한해에만 해외투자액이 전년대비 25.8% 증가했지만 지난 2년간 동북지역 기업의 해외진출 성과는 전무하다시피하고 있다.
전직 외교안보부처 고위 관계자도 중국의 동북3성 개발계획과 북한 포섭이라는 우려에 대해 “중국의 순차적 개발계획의 일환에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부 상하이부터 개혁·개방을 시작해온 순서에 따라 동북3성 개발에 착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지역은 과거 계획경제체제의 중국에서 중공업과 농업생산기지 역할을 했다. 하지만 러시아·북한 접경지역인데다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해 개혁·개방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다.
주중 한국대사관 자료에 따르면 동북 3성은 전국 양곡 생산량의 3분의 1, 원유 생산량의 5분의 2, 목재와 조선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랴오닝성은 공작기계의 10%를, 지린성은 자동차 산업의 11.5%를 각각 담당하고 있으며 헤이룽장성은 수력발전과 화력발전의 각각 50%와 33%를 담당하고 있는 산업시설 요체다.
하지만 동북3성개발은 중앙정부 재정에 의존하기보다 외자유치와 민간투자 장려를 통해 100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한편 북한은 올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격 방중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장성택 노동당 근로단체·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이 지난달 방중을 끝마침으로써 획기적 경제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북한 수뇌부가 중국의 동북3성 개발과 더불어 개성공단-철주(대계도)-신의주(또는 라진·선봉지구)를 잇는 경제벨트를 형성하는 맞대응 카드를 내놓으리라는데 전문가들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달 9일 김정일 위원장 추대일, 11일 최고인민회의 개최, 15일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 25일 인민군 창설 기념일 등 굵직한 국경일을 연이어 두고 있어 이 시기를 전후해 대외조치를 공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