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전방위적인 '양극화'로 몸살을 앓아왔다. 양극화는 마치 암세포처럼 급속하게 사회 전반으로 뿌리내렸다. 하지만 양극화를 치유할만한 묘약은 나오지 않고 있고 정부의 처방의지도 시원찮은 편이다. 종종 성장-분배 논쟁에 휩쓸리면서 양극화의 본질이 호도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코리아연구원(원장 임원혁, www.knsi.org)은 17일 '사회적 양극화 실태와 해법'을 주제로 한 세 편의 정책보고서를 내놓았다. 양극화 실태에 대한 진단보다는 해법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끈다. 논문별로 주요 내용을 요약해 봤다.
정규직엔 정규직으로 임시직엔 비정규직으로...비정규 남용 억제해야
[일자리 양극화와 정책과제]전병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 양극화의 실태를 분석했다. 그는 '일자리 양극화와 정책과제'를 보고서를 통해 상위 30%와 하위 30%의 직업에서 일자리가 크게 늘고 있지만, 중위권 직업은 거의 정체상태에 있음을 밝혀냈다.
이같은 일자리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전 연구위원은 불안정한 일자리의 증가를 지목했다. 특히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 저하로 일자리 양극화는 더없이 진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10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에 종사하는 취업자수가 절대적으로도 급격히 감소('96년 10.4%→'03년 5.3%)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는 것.
그는 "일자리 양극화의 추세가 97년 경제위기 이후 본격화 돼 대단히 빠르고 과도하다는 판단이 들 정도"라고 평하고 "경제적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과도한 일자리 양극화 경향을 정책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적 개입을 통해 이를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 연구위원은 우선적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비정규직 남용 행태를 방지해야 한다고 정책당국에 주문했다. 정규적인 일자리에는 정규직을, 임시적인 일자리에는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노동자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을 확대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 양극화 시장 메커니즘으로 해결 어렵다"
[소득 양극화와 정책과제]소득 양극화를 주제로 보고서를 내놓은 신동면 코리아연구원 사회통합연구센터 소장은 도시근로자 가구 가운데 절대빈곤층이 2003년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절대빈곤층이라는 최저생계비 기준 이하의 가구를 뜻한다.
신 소장은 절대빈곤층의 추세적 증가에서 간과하지 않아야 할 부분이 바로 근로빈곤층(취업 중인 빈곤층) 문제의 대두라고 언급했다. 이는 곧 앞서 언급한 일자리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기업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직접 맞닿아 있다.
신 소장은 "근로빈곤층은 반복적 미취업을 경험하며 노동시장으로부터 이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이에 따라 이들은 만성적인 저소득을 경험하게 된다"고 저소득화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소득 양극화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는 공적 부문인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소득 양극화 자체가 본질적으로 시장경제 내에서 이뤄지는 자원배분의 결과이기 때문에 시장 메커니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신 소장은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근로 능력이 없는 절대빈곤층에 대한 기초보장의 강화 ▲근로능력자의 근로동기 강화를 위한 근로소득 구조개선 ▲근로능력자를 위한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의 강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와 국민중심의 통합적 사회복지전달체계 수립 ▲시민사회의 참여 유도 등 다섯가지 정책을 내놨다.
한국 사회에서 의료이용의 양극화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통계수치다. 코리아연구원 사회통합센터는 '의료이용의 양극화와 정책과제'라는 제목의 정책보고서에서 "이 수치는 의료이용이 소득계층별로 양극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고소득계층은 높은 본인 부담금을 감당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이 때문에 의료이용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통합센터는 의료이용 양극화 현상의 완화를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본인부담금 면제 또는 경감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