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권-주민 분리 사고
드레스덴 제안 내놓으면서도
“기아 허덕…탈북 행렬” 북 자극 표현
“북 수용하고 싶어도 힘들어져”
최현준 석진환 기자
최근 ‘드레스덴 연설’에서 남북간 교류·협력을 강조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북한의 내부 불안을 거론하는 등 엇갈린 대북 접근법을 보이고 있다. 상대방이 있는 남북 관계에서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나홀로 행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의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이) 얼마 전 남북이 합의한 비방과 도발 중지에 대해 벌써 약속을 깨고 있는 것은 내부의 불안을 막아보려는 수단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내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 2월 중순 남북이 합의한 ‘상호 비방·중상 중지’ 약속을 어기고 최근 남한에 대한 비방과 도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일차적으로 북한 언론들이 본인을 실명 비난한 것에 대한 맞대응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이렇게 ‘내부 불안’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이 그동안 내놓은 제안이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고 의심할 수 있다. 이런 상호불신이 쌓이다 보면 드레스덴 연설의 ‘현실성’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자신들에 대한 비방·중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박 대통령이 지난달 말 드레스덴 연설 때 대북 ‘3대 제안’을 내놓으면서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아이들” “지금도 이어지는 탈북행렬” 등 북한을 자극하는 표현을 수차례 쓰자, 북한 관영 매체들은 남북 고위급 접촉 파기라며 즉각 대응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당시 박 대통령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았다. 외국까지 가서 북한을 ‘굶주리고 있다’고 하면, 북한이 남한의 제안을 수용하고 싶어도 수용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그의 대북 정책이 실제로는 북한이 아닌 남한을 향한 내부 정치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 내부가 불안하다’는 발언에 이어 “그래서 더더욱 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과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들을 계속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불안을 북한의 변화와 연결하려는 발언이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이 남북 공존보다는 북한의 붕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의 제안이 하나같이 ‘북한 주민’을 향하고 있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에서 내놓은 3대 제안(‘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은 북한의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고 있다. 이는 국내와 미국 보수 세력의 대북 인식이기도 하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이번 드레스덴 연설은 이전보다 전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서 주민생활 향상을 위한 대북 지원을 한다고 하니까 북한 정권 차원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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