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역대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야당이 행정부의 유화적인 접근을 비판하기 위한 소재로 활용됐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 패턴이 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초 중국과 잘 지내겠다고 했다가 후반기로 갈수록 관계가 악화됐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9일 국회도서관에서 홍익표 민주통합당 의원, 코리아연구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그 이유를 “중·미가 구조적으로 갈등하는 측면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중국 협조가 절실했고, 이는 중국이 그만큼 부상했음을 뜻한다.
이 교수는 “오바마 2기 미국이 시진핑 중국을 봉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신 소프트 권력, 외교력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동남아 국가들, 한국, 일본 등 중국을 경계하는 나라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미·중이 전면 갈등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과 아시아의 부상은 분명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유럽과 중동보다 아시아를 더 중시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금융위기로 자원 동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김종대 ‘디앤디 21 플러스’ 편집장은 “미국이 2020년까지 군비를 감축하면 고강도 전면전 수행은 어렵지만 냉전을 거치며 축적된 군사 자산이 많기 때문에 능력 자체는 중국을 봉쇄할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재정적자 타개를 위해 군비 감축이 절실한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이 아니라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부담 증액, 미국 무기 수입 확대 등 ‘방위 분담’을 요구해올 것”이라고 했다. 김 편집장은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얻어낸 뒤에 도입 10년도 안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두고 신형 미사일인 ‘PAC3’를 도입한다는 것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제, 대 중국전략에 하나씩 포함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김준형 교수도 “한국이 미국의 반중국 동맹의 첨병으로 갈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군사동맹 성격인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동맹 자체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야 한다. 한·미 ‘동맹’ 대신 한·미 ‘관계’가 좋아져야 한다”고 했다. 이남주 교수는 “한·미동맹을 절대 가치처럼 받아들이는 게 문제”라며 “차기 정부는 추구하는 핵심적 이익을 명확히 하고 한·미 및 한·중 관계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대북정책에서 차기 한국 정부가 주도할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피터 벡 아시아재단 한국지부 대표는 “미국은 국내 경제와 중동 문제가 최우선 해결 과제여서 한반도 문제에는 앞서지 않고 차기 한국 정부가 대화하면 따라오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지만 오바마가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할 수는 없다”며 “어떻게 대응할지는 한국 정부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김준형 교수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겠지만 북핵 문제는 미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서 “한국이 운전석에 앉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영업용 택시에 앉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