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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전도사 이명박 대통령, 아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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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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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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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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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전도사 이명박 대통령, 아찔하다
[코리아연구원] "편향적 친미정책, 냉전적 군사주의 부활 우려"
I. 냉전 회귀의 외교
정부는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여러 가지 파격적이고 이례적인 환대를 받았다면서, 이는 곧 한미동맹을 큰 폭으로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라고 평가한다. 13년 만의 국빈방문과 상하원 합동연설을 비롯해서,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펜타곤을 방문, 최고위급 장성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미 합참의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것, 그리고 FTA에 대한 미국의 선(先) 비준과 오바마 대통령과의 디트로이트 13시간 동행방문 등을 열거할 수 있겠다. 진보정권 10년간의 홀대에 비교하면 어쨌든 미국 측의 이례적 환대는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환대가 가지는 함의와 파장을 분석해 보면 우려스런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이렇게 한미동맹의 냉전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동북아의 안정 또는 평화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이 최근 동북아에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하기 위해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컴백을 본격적으로 견제하려는 국면에서 한국이 노골적으로 미국 편에 서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어온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수렴보다 갈등요소가 훨씬 우세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북핵문제, 환율분쟁, 남중국해 영토분쟁, 대만무기판매, 티베트 문제, 중국 내 인권과 민주화 문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량이 미국과 일본에의 수출량을 합한 것보다 많고,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25%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이렇듯 일방적인 친미정책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적 구도가 심화될수록 점점 딜레마에 더 깊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딜레마로도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했던 것에도 드러난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불안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재관여, 즉 대중국 견제를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중국 입장에서는 도발에 가까운 발언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해서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급을 했다. 가스관 연결사업의 전망을 놓고 이전에는 북한과 러시아, 한국과 러시아가 각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하던 기존 입장과는 달리, 이번에는 3국이 함께 협의한 적이 없으니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미묘하게도 한미정상회담 하루 전 중국에서는 푸틴 총리와 후진타오 주석의 회담이 있었고, 내년 정권을 잡을 것이 확실한 푸틴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달러체제를 국제경제를 어렵게 하는 기생충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비난했다. 군사협력을 포함해서 중국과 러시아의 공조체제가 탄력을 받는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과 함께 대척점에 서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Ⅱ. 역전된 동맹의 경제학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드러진 또 하나의 현상은 군사동맹이 요구하는 경제적 함의이다. 구체적으로는 FTA의 미국 의회통과와 14조 달러에 이르는 무기구매 약속이다. 먼저 지난 13일 FTA는 그간의 숱한 우여곡절 끝에 미국 측의 비준이 완결되었다. 원래 협정은 한국이 먼저 비준했지만, 미국의 요구에 의해 이루어진 재협상은 미국이 먼저 비준을 마쳤다. 이 부분에 대해 위키리크스의 폭로문서에 담긴 김종훈 본부장의 발언을 통해, 재협상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한국이 스스로 먼저 이익의 균형을 깨 버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FTA의 미국 비준을 두고 한미양국 정상은 60년 군사동맹관계에서 경제동맹으로의 확대함으로써 다원적 전략동맹으로 격상되었다고 평가했다. 군사동맹과 경제관계의 심화가 서로 연관되어있다는 점에서는 아주 틀린 평가는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동맹유지에 대한 반대급부로서의 경제적 보상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원래 한미동맹의 전통적인 메커니즘이었다.
냉전초기 미국의 동북아 전략적 필요에 의해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안보우산 및 원조, 그리고 교역에 관한 여러 특혜를 제공받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위치가 역전되어 한미동맹의 유지를 위해 한국이 미국에게 경제적 보상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주한미군에 대한 주둔부담금이 꾸준히 증가하고, 2008년 방문에서 쇠고기수입을 선물했다. 그리고 이번 방문에서는 미국 측 이익을 반영한 FTA 재협상을 이끌었으며, 14조에 달하는 무기구입을 약속했다.
특히 무기구입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이 대통령을 미국이 국빈자격으로 초청하고, 환대한 배경에 세계 최대 무기수입국에 대한 예우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총 13조 7천억원대의 계약에는 1조원 이상이 드는 차세대전투기(F-X) 3차사업과 대형공격헬기(AH-X)사업, KF-16전투기 성능개량사업을 포함되어 있는데, 2011 회계연도 미국의 전체 해외 무기 수출액 461억 달러(50조원)의 30%에 근접하는 규모다.
그런데 더 주목할 것은 엄청난 무기구입이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자발적으로 편승한 결과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실제보다 더 큰 안보위협으로 과장하고, 이를 무기구입으로 연결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먼저 신냉전의 기수가 되려하는 또 다른 증거인 것이다.
Ⅲ. 평화보다 안보
이번 미국 방문 일정가운데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아무래도 이 대통령의 펜타곤 방문일 것이다. 펜타곤의 작전상황실인 탱크룸에서 레온 파네타(Leon Panetta) 국방장관과 마틴 뎀프시(Martin Dempsey) 합참의장 등 미군 최고 수뇌부 12명이 총출동하여 한국 대통령을 맞이하고, 또 한반도의 안보정세에 관한 브리핑을 했다는 것은 분명 이례적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의 무기구입에 대한 보은 차원이라는 추측이 여기서도 가능하겠지만, 그보다 이런 장면이 갖는 상징성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 즉 냉전시기에도 하지 않았던 군사동맹의 결속에 대한 전시효과가 왜 이 시점에서 필요했던 것일까? 펜타곤의 심장부에서 대대적으로 정세분석을 들어야 할 만큼 지금이 과연 위기 상황일까? 물론 북핵문제가 동북아 냉기류의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 군사주의를 과시해야할 충분한 근거가 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이명박 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임기 말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위 '전략동맹'이 정부측 주장처럼 새로운 차원으로의 격상과 확대라기보다는 오히려 냉전적 군사동맹으로의 회귀와 심화라고 보는 것이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그 이유는 먼저 약소국인 한국이 안보를 보장받는 대신 강대국인 미국에게 정책의 자율성을 일정부분 희생하는 불평등 관계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가 냉전구조 속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위계적 동맹관계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의 범위와 강도를 더 커지게 만들 여지가 있다. 특히 동맹의 활동영역을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를 넘어 전 세계까지 확대하는 전략적 유연성은 구체적으로는 한국이 한반도 외에 미국 주도의 대테러전쟁과, 핵확산방지, 미사일방어체계(MD)에 파병 및 참여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양국의 영토에 한정시킨 한미상호조약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은 곧 동맹이 한국의 이익보다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전략동맹의 약점은 한국의 대미 협상력 저하에 있다. 모든 동맹의 숙명적 딜레마라고 할 수 있는 방기(abandonment)와 연루(entanglement) 사이에서의 어려운 선택이 한미동맹은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한국은 방기에 대한 우려만 있었으며, 이것이 맹목적인 대미의존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해왔다.
90년대 이후 냉전구조가 소멸되고, 안보위협이 현저히 감소되었다면 방기에 대한 두려움은 감소하고, 연루의 두려움은 증가되는 것이 자연스런 수순이다. 그러나 한미동맹은 이런 상황변화에 역행하고 있다. 즉 한국은 방기의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동맹 상대국인 미국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미국의 분쟁에 연루될 위험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약속들이 대미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협상력 저하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 현 정부의 언급과 행보들을 보면 이스라엘식 안보모델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 이스라엘이 적대적인 아랍국가들에게 둘러싸여서도 강경한 자세로 생존해온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그것이 과연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본보기인가?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 안보를 지키는 것보다는 긴장의 근원을 해소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천안함과 연평도를 빌미로 안보가 다른 가치들을 삼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제주해군기지건설도 드러난다. 한반도 전체의 냉전과 탈냉전의 공존상황을 제주도는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데, 평화와 안보의 가치가 충돌하는 축소판이다. 제주도가 중국, 일본, 대만,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곳으로 해군이 주장하듯 전략적 요충지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군사기지로 만들어 냉전적 긴장을 부활시키느냐, 아니면 평화의 섬으로 만들어 탈냉전의 미래를 도모하느냐의 선택이다. 현 정부는 물론 전자를 택하려 하고 있다.
Ⅳ. 결어: 대외정책의 일관성과 국내정치의 이해득실
한미 양국의 정부는 모두 최근 한미관계가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만큼 좋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는 김대중과 노무현 두 전임정부와 부시행정부 사이에 악화된 관계를 회복시키겠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온 이명박 정부의 노력에 상당부분 기인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노력들이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군사주의의 부활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의 국익을 위해 배제할 수 없는 핵심국가이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대북강경책을 통해 공통의 적에 대한 위협인식을 과장하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해 온 것은 민족의 평화적 미래를 생각하면 뼈아픈 퇴보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간 또 다른 핵심적인 이슈라고 할 수 있는 북핵문제에 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 14일 정상회담 후 양국 정상이 북핵 포기를 위해 한미공조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기존입장을 재확인한 원론적인 수준이면서, 동시에 기존의 선핵폐기론을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다시 말해서 북핵문제에 대한 어떤 전향적인 변화가 없다는 것으로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인터뷰에서 대북정책에 대해 많은 비난이 있더라도 원칙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말로 이를 확인했다.
이번 방미는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동북아 신냉전의 전도사로 나선 듯하다. 그리고 뼛속까지 냉전적 친미주의자임을 몸소 증명함으로써 위키리크스의 폭로전문이 가지는 정보로서의 가치를 업그레이드 시켰다.
하지만 동북아의 복잡한 지정학적 역학 속에서의 대한민국의 외교는 그로 인해 점점 더 험한 가시밭길로 가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대외정책의 기저에는 국내정치적 함의도 깔려있다고 판단된다. 즉, 현 정권은 한국정치에서 권력을 잡고, 또 유지하기 위해 이념대결의 구도가 여전히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한미동맹과 분단 대결구조를 조장함으로써 보수층의 지지를 결집하고, 반대파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즉 이념이 가지는 효용성을 온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정권이다.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방문의 진정한 본질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 코리아연구원 현안진단 202호입니다.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www.knsi.org)에서 원문 및 풍부한 참고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코리아연구원(연구기획위원장: 이정철)은 네트워크형 싱크탱크로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통합분야의 국가전략 및 정책대안을 제시합니다. 홈페이지(www.knsi.org) 또는 전화(02-733-3348)로 회원 등록하실 수 있으며, 회비 및 기부금은 공익성기부금으로 인정되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생각네트워크 코리아연구원과 아름다운 동행을 권합니다.
2011.10.18 18:20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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