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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시대정신과 그 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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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강병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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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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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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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3일 일어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경제위기와 정치위기가 중첩된 2009년 한국사회의 현실을 극단적으로 돋을새김해 보여줬다.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이 몰고온 충격과 비탄은 점차 잦아들고 있다. 대신 정치인 노무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고, 그가 추구한 가치는 어떤 것이었으며, 그의 한계는 무엇이었고, 우리에게 어떤 과제를 남겼는지에 대한 성찰과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광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생활정치연구소, 세교연구소, 좋은정책포럼, 진보와개혁을위한의제27, 코리아연구원,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은 노 전 대통령의 49재를 사흘 앞둔 7일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의 후원으로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노무현의 시대정신과 그 과제’를 주제로 추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민간 싱크탱크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를 사흘 앞둔 7일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실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추모 심포지엄 ‘노무현의 시대정신과 그 과제’에서 발표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영민기자
■ 민주화 시대와 노무현 시대
- 견제·균형의 공화주의적 가치 구현
- 양극화·지역주의 극복 전략 아쉬움
▷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세계사적 진보와 노무현 시대)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가 미치는 ‘구조적 강제’와 민주화 시대라는 ‘경로 의존성’ 속에서 참여민주주의·균형발전·동북화 평화공존의 ‘전략적 선택’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김대중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이 초래한 카드 대란을 유산으로 이어 받았으며, 국가와 시민사회로부터 반대세력의 저항과 거부가 있었다. 현재의 시점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치적 전략은 한국사회가 놓인 구조적 강제와 경로 의존성을 고려할 때 대체적으로 현실적이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물결에 올라탔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결과인 양극화에 대해 집권 초부터 일관된 전략을 추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치기 어렵다.
▷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민주화 시대와 노무현 정부)
노무현 정부는 한국 최초의 민주공화국 구현을 본격적으로 고민했다고 평가한다. 그는 공화주의의 구체적인 제도적 통제에 대한 고민은 약했지만 ‘자의적 지배’를 극복하기 위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공화주의적 가치를 초보적 형태로나마 구현하고자 했다. 아쉬운 점은 포퓰리스트의 전형이라 일컬어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미국 선진정치에 대한 욕망 속에서 절대화한 것은 이성적인 대화와 타협을 강조한 ‘메디슨적 모델’이다. 역으로 그의 이러한 반포퓰리즘적 메디슨 모델은 국정운영 아젠다가 가지는 반포퓰리즘적 내용과 결합해 핵심 지지기반을 침식했다.
▷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지역주의 극복과 노무현적 가치)
노무현 정부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국가 균형발전을 주요한 국정목표 가운데 하나로 설정했고 행정수도 이전, 공기업 및 공공행정기관 지방이전, 지방혁신도시 건설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또한 열린우리당을 창당, 전국정당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영남에서 ‘선전’했지만 영남지역주의 자체를 극복했던 것은 아니다. 17대 총선당시 영남지역에서 약진했던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는 이후 급락했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는 이를 주도적으로 수행할 정당체제가 아래로부터 건설되어야 한다.
▷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노무현 시대와 시민사회)
노무현 정부는 정치변동의 논리로 볼 때 탈근대정치를 시도한 정부라 할 수 있다. 노무현의 집권은 정치적 동원 구조가 기존의 정당동원을 벗어난 노사모의 활약에 힘입은 바가 크며 권력 운영방식을 개방함으로써 일방적 통치가 아닌 협치의 정치를 시도했다. 지역 균형발전을 통해 중앙집중화된 권력구조 해체와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위한 다양한 장치구축을 시도했다. 이러한 노무현 시대의 탈근대정치의 실험은 1990년대 이래 빠르게 성장한 시민사회의 변화와 결부되어 있다. 노무현 시대에 들어 시민사회의 주목할 만한 변화는 두 가지 분화 경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시민단체의 제도화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자적 공론장이 확장됨으로써 제4의 결사체라 부를 수 있는 온라인 회원조직의 활동이 새로운 시민행동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촛불집회로 가시화된 거대한 시민저항은 노무현 정부에서 팽창된 전자적 공론장과 제4의 결사체가 핵심적 동력이 됐다.
■ 노무현 시대가 남긴 과제
- 평화·공동번영의 한반도 미래준비
▷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통일·외교·안보분야)
노무현 시대의 성과는 평화적 환경구축, 동북아 전략이라는 미래비전,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 미래비전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모든 것이 변했다. 남북관계는 냉전시기로 돌아갔고, 북핵문제는 위기로 치닫고 있으며, 동북아엔 군비경쟁 구도가 작동하고 있다. 노무현 시대가 남긴 과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이것이다. 한반도 평화의 꿈, 공동번영의 미래,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향해 성찰·연대하고, 준비할 때가 왔다.
- 정치연합 통합 민주주의 기초 강화
▷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정치분야)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만에 한국 민주주의가 빠르고 전면적으로 역진하고 있다. 노무현 시대가 남긴 과제는 이런 민주주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로 요약된다. 민주주의적 규범을 부정하는 행동이 거의 견제받지 않고 광범위하게 전개될 수 있는 것은 분단체제, 지역주의, 취약한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한국 민주주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변화의 계기는 정치연합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정치연합의 형성과 함께 아래로부터 민주주의의 기초를 강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 균형·혁신 중심의 진보전략 복원
▷ 김형기 경북대 교수(경제분야)
‘동반성장, 균형발전, 사회투자’라는 노무현 정부의 3대 진보전략은 적절하게 선택됐다고 평가된다. 경제 성적표도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양극화 완화 미흡, 국가균형발전정책의 한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은 정책적 실패 사례다. 노무현 정부는 초기에 제3의 길, 중도 진보의 길을 지향했다가 점차 신자유주의에 경도돼 중도 보수의 길로 나갔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좋은 정책은 계승하지 않고 나쁜 정책을 계승했다. 이명박 정부가 폐기한 ‘균형’ ‘혁신’이란 담론을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복원시켜야 한다.
- 국민적 동의 바탕된 검찰·언론개혁
▷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사회·문화분야)
‘바보 노무현’으로 불린 고인은 검찰개혁, 언론개혁, 노사관계 개혁을 추구했다. 그러나 그는 검찰과 언론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실현하지 못함으로써 퇴임 후 검찰과 언론에 정치적 보복을 당했다. 고인이 임기 말과 퇴임 뒤 국민적 동의구조를 형성하는 게 개혁 성공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검찰과 언론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적 동의구조가 절실하고 그 밑절미는 주권운동일 수밖에 없다. 고인의 비석에 새겨질 글귀대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 기조강연: 민주주의·휴머니즘 지향한 노무현식 가치 주목
▷ 함세웅 신부
인간에게는 비참함과 위대함이라는 양면성이 있다. 저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서 이 양면성을 확인했고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새삼 확인했다. 개인의 사건이 공동체의 사건이 된다. 이것이 연대성의 원리에 기초한 대속론(代贖論)의 근거이기도 하다. 한 사람 또는 한 체제 때문에 모두가 신음하고 고통받게 마련이지만 동시에 의로운 한 사람의 희생으로 모두가 구원받는다는 가르침이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는 이러한 대속적 의미와 함께 비민주적·부도덕한 정권에 대한 저항적 의미가 담겨 있다. 한국 민주주의와 생명·평화의 가치를 공유하는 뜻있는 모든 이들의 일치와 연대를 호소한다.
▷ 이해찬 전 국무총리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향한 국가상은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에 기반한 위민국가였다. 이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지역주의 극복’과 ‘사람 사는 세상’이다. 지역주의 극복은 민주주의에 대한 고인의 갈망을, 사람 사는 세상은 휴머니즘에 대한 고인의 열망을 표현했다. 이러한 갈망과 열망은 실제 국정운영에서 분권과 균형, 평화의 이념으로 나타났다. 저는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거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한국의 하늘에는 반민주, 반인간, 반평화의 어두운 그늘이 다시 드리워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아직도 한국에서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의 가치가 불가역적으로 확립된 것이 아니며 우리에게 가야 할 길이 아직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노무현적 가치에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시대정신- 과거 청산이 부른 죽음, 민주화·소통 열망 불 붙여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한국사회)
대중에게 노무현은 개천에서 난 용이었다. 노무현은 개천에서 난 용이었으되, 주류사회에 포섭되지 않은 드문 존재였다. 노무현은 1980년 광주의 아들이었다. 노무현은 광주의 자식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준 바보였다. 과거청산은 노무현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근본문제였다. 대통령까지 지낸 그가 한국사회에서 끝내 비주류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과거청산 때문이었다. 한국의 대중이 그 죽음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을 것이란 점만은 분명하다.
▷ 김종배 시사평론가(노무현 추모에 담긴 민심의 저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바보 엄마’의 이미지로 남았고, 이명박 대통령은 ‘모진 아버지’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점이 민심을 ‘노(盧) 추모-반 MB’로 흐르게 한 근원이다. 이 대통령의 중도강화·친서민은 청와대가 말하는 ‘MB다움’의 회복이 아니다. ‘노무현스러움’의 모방이다. 민심은 민주주의 위기를 우려하고, 소통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민심은 ‘반대하는 민주’가 아니라 ‘제시하는 민주’를 내놔야 움직인다.
<김재중·강병한기자 herme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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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연구원 (KNSI : 새로운 코리아구상을 위한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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